애니가 돌아왔다

iambob 2020. 2. 19. 13:56

△ <애니가 돌아왔다> 책 표지

QUOTES

º 나쁜 일이 남긴 잔상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것들은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우리의 현실이라는 천 위에 각인된다. 그 흔적의 원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라도 남은 자국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33~34쪽)

 

º 사람들이 말하길 시간은 치유의 힘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 말은 틀렸다. 시간은 지우는 힘이 엄청날 따름이다.(68쪽)

 

º 나쁜 기억은, 그 죄책감과 수치심은 기생충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안에서부터 조용히 나를 갉아먹는다.(151쪽)

 

º 과거는 진짜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387쪽)

 

STORY

도박꾼의 빚 탕감 스토리.

 

OPINION

1

떡밥 회수는 나에게 중요하다. 이것저것 밑밥만 깔아놓고 회수를 안 해버리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열심히 읽은 보람이 사라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애니와 벤은 어떻게 살아 돌아왔으며, 돌아온 뒤에 왜 이상행동을 보였을까. 제레미는 왜 아이들을 탄광에 데리고 갔을까. 마리는 살고 싶다고 했다. 근데 살고 싶다는 양반이 왜 기적의 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고, 돈만 삥땅 쳐서 탄광으로 갔을까. 비밀 동굴이 귀신 들린 곳이라고 치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동굴이 아이들에게 저주를 내린 거다. 그래서 아이들이 돌아온 뒤 이상해진 거다. 하지만 그게 또 말이 안 되는 게, 그렇다면 애니는 저주에 걸렸는데, 같이 있었던 손과 친구들은 어떻게 멀쩡했던 걸까. 마리는 귀신에 빙의해서 삶을 연명하려고 했던 걸까. 의문투성이다.

 

2

이 소설에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있다. 그래서 살짝 무서웠다. 분위기가 그랬다. 손은 집세가 싸다는 이유로 벤 가족이 살았던 집에서 살기로 한다. 사람이 죽었던 집은 기분이 왠지 찜찜하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변기에서 딱정벌레 떼가 나오고, 서랍장에 있어야 할 애니의 인형이 갑자기 계단 위에서 나타난다.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가 발견한 비밀 동굴은 어떤가. 사람의 뼈로 가득하다. 작은 탄광 마을 안힐은 썩 기분 좋은 동네가 아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애니가 돌아오긴 했는데, 반미치광이가 되어버렸다. 애니는 누가 봐도 귀신들린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난 이 소설에서 악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거고, 스티븐 집안은 악귀와 강한 연결 고리가 있을 거로 추측했다. 하지만 추측은 추측일 뿐. 이야기는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반전이 있다는 얘기다.

 

3

프롤로그가 무척 강렬했다. 경찰이 피 칠갑이 된 집을 수색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작가가 처음부터 세게 나가는구나, 싶었다. 이 첫 장면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나에게 궁금증만 안긴 채.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을 때의 초조함이란. 애타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는데, 카이저 소제급 반전만 남았을 때의 헛헛함이란.

 

4

드라마는 보통, 다음 에피소드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끝낸다. 궁금하면 다음 회차를 보라는 거다. 이 방식은 소설에서도 유용한 듯하다. 나는 책을 빨리 못 읽으니까, 내 마음이 허락하는 양만큼 읽는다. 그냥, 좀이 쑤시고 잠이 오면 책을 덮는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각 장이 명쾌하게 끝나지 않는다. 현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과거의 이야기를 읽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과거도 다음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하다면 현재의 이야기를 참고 읽을 수밖에 없다. 매 장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계속 책을 읽어야만 했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내 마음의 찝찝함만 해소된다면 재밌는 오락 소설이다.

 

애니가 돌아왔다 (큰글자도서)
국내도서
저자 : C. J. 튜더 / 이은선역
출판 : 다산책방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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