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8

[노마드] 우리가 몰랐던 유목민의 역사

제목 : 노마드 지은이 : 앤서니 새틴 출판사 : 까치 리뷰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정착민의 역사이다. 정착민들은 오래전부터 이 땅에 터를 잡고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는 자들을 우리는 오랑캐라 부르며 업신여겼다. 정착민의 관점에서 유목민은 툭하면 정착민의 땅에 쳐들어와 약탈, 파괴, 방화, 살인을 일삼는 야만인이었다. 정착민에게 유목민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니 유목민이 곱게 보였을 리 만무하다. 정착민은 유목민이 이룩한 업적을 평가절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서 유목민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정착민의 역사 속 유목민은 노략질이나 해 대는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목민이 야만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유목민이 살던 곳..

2026.08.21

[호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제목 : 호프 (2026) 감독 : 나홍진 출연 : 황정민(범석 역), 조인성(성기 역), 정호연(성애 역) 리뷰 시골 마을에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축사에 있어야 할 소가 여기저기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길 한복판에 쓰러져 죽은 채로 발견된 것. 경찰 ‘범석’과 최초 신고자 ‘성기’는 죽은 소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무엇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지 추측해 본다. 맹수의 습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고, 인간의 소행 같지도 않다. 뭔가 석연치 않다. 무엇이 그랬든 범상치 않은 존재가 나타난 건 확실하므로 범석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러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다. 성기 일행은 그 존재의 흔적을 찾으러 산으로 향했고. 읍내로 돌아가는 길. 범석은 마을이 쑥대밭이 된 것을 본다. 범상치 않은 존재가 마을을 휘젓..

영화 2026.08.10

[언컷 젬스] 도파민에 중독된 남자

제목 : 언컷 젬스 (2019) 감독 : 베니 사프디, 조쉬 사프디 출연 : 아담 샌들러(하워드 래트너 역) 리뷰 의 ‘하워드 래트너’는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보석상을 하며 돈을 많이 번 것 같고, 좋은 집에서 살면서 좋은 차를 몰고 다니고, 부잣집으로 장가갔으며, 슬하에 자녀 셋을 두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그는 도박에 빠져 지내고 있고, 도박을 하느라 빚을 얻었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 하워드는 사채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여기저기 빚을 잔뜩 진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서일까. 결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고 그래서인지 첫째는 그를 마뜩잖게 생각한다. 게다가 둘째는 하워드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영화 2026.07.22

[암흑의 핵심]에 다가가는 '말로'

제목 : 암흑의 핵심 저자 : 조지프 콘래드 출판사 : 민음사 리뷰 달빛도 별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 본다. 나는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뭔가가 나에게 확 달려들어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고, 턱진 곳에 걸려 넘어져 손바닥, 무릎이 까질지도 모르고, 어딘가에 쾅 부딪혀 눈앞에서 별이 번쩍번쩍할 수도 있다. 암흑천지에서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그래서 암흑은 두려움, 공포,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의 마음 상태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그곳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에 마치 암흑 속에 휩싸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아프리카가 소문만 무성한 미지의 세계였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그곳에 갈 예정이거나 막 도착한 ..

2026.07.08

[우리들] 사이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

제목 : 우리들 (2016) 감독 : 윤가은 출연 : 최수인(이 선 역), 설혜인(한지아 역) 리뷰 공책을 펼쳐서 세로로 선을 하나 긋는다. 가운데 선을 경계로 페이지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다. 이제 그림을 그리든 글씨를 쓰든 선을 넘어가면 안 된다. 가운데 그어진 선은 각각의 영역에 침범하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인간(人間)’은 본래 사람 사이, 즉 ‘사람들 간의 관계로 이루어진 세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출처] 당신은 인간관계에서 무엇을 얻나요? 통계로 알아본 인간관계 인식|작성자 국가데이터처)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선을 긋는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해서 어떻게 선을 긋느냐에 따라 우리 ..

영화 2026.06.22

[야성의 부름]에 이끌리는 '벅'

제목 : 야성의 부름 지은이 : 잭 런던 출판사 : 민음사 리뷰 만약에 맨몸으로 무인도에 갇혔는데, 구조대가 언제 올지 기약이 없다면 혼자 힘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마 나는 오래지 않아 굶어 죽거나, 다쳐서 죽거나, 얼어 죽거나, 더위 먹어 죽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을 것이다. 나는 야생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한 번도 불을 피워 본 적 없고, 그 누구도 나에게 사냥하는 법, 식수를 만드는 법, 움막 치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고, 야생에서 살 일이 없으니 그 방법을 알려고 애쓰지 않았고,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내 몸은 문명사회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내 몸에는 수렵, 채집에 필요한 DNA가 전혀 ..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