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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애벌레에서 나비로 성장하는 인생의 걱정거리 녀석

제목 : 마의 산 상, 하 지은이 : 토마스 만 출판사 : 을유문화사 리뷰 어머니는 나를 보고 세 살 난 아이 물가에 내놓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내가 하는 일이 영 미덥지 않아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나. 나는 어머니께 신뢰를 주지 못하는 자식인 것일까.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고 자라도 부모한테는 어린애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나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몸이 크고 나이 들어도 항상 애처럼 보여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은 아닐는지. 나는 더는 어리지 않고, 이제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막 사회에 발을 디딜 때까지만 해도 생각이 영글지 않았고, 그러한 기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지금도 ..

책 2026.10.21

[박하사탕] 공허한 외침

제목 : 박하사탕 (2000) 감독 : 이창동 출연 : 설경구(김영호 역), 김여진(양홍자 역), 문소리(윤순임 역) 리뷰 누군가로부터 예전과 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의아할 것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그런데 그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 때로는 타인의 시선이 더 정확한 법이다. 나는 과연 예전 모습 그대로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른 채 살아갈 공산이 크다. 그 사람 말대로 내가 달라졌다면 무엇이 날 변하게 했을까. 분명한 것은 나는 이런 모습이 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상에 내던져져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니 ..

영화 2026.10.08

[오디세이] 현재 없는 미래가 없듯이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제목 : 오디세이 (2026)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맷 데이먼(오디세우스 역), 앤 해서웨이(페넬로페 역), 톰 홀랜드(텔레마코스 역) 리뷰 ‘오디세우스’는 20년 동안 이타카를 떠나 있었고, 그중 7년은 기억을 잃은 채 살았다. 오디세우스가 없는 이타카는 혼돈에 빠졌다. 왕좌를 넘보는 자들에게 왕의 부재는 좋은 빌미가 되었다. 그들은 오디세우스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고 ‘페넬로페’와 결혼해서 이타카의 왕이 되려고 한다. 오매불망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위해서라도 오디세우스는 하루빨리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기억은 난파된 배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는 바닷가에 떠밀려 온 나무 조각들을 바라보며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하나둘 맞춰 나간다..

영화 2026.09.19

잠깐 달콤한 꿈을 꾸었던 [아노라]

제목 : 아노라 (2024) 감독 : 션 베이커 출연 : 마이키 매디슨(아노라 애니 미헤에바 역), 마크 아이델슈테인(이반 반야 자카로프 역), 유리 보리소프(이고르 역) 리뷰 가난한 여자는 클럽에서 스트리퍼로 일한다. 재벌가 아들인 남자는 클럽에 놀러 갔다가 그녀를 만났고, 첫눈에 반한다. 남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 앞에서 웃고 춤추는 게 싫다. 여자가 자기만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자에게 돈을 많이 줄 테니 자기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여자는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남자는 여자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여자도 남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여자는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볼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남자는 끈질기게 여자에게 구애한다. 그래도 여자가 넘어..

영화 2026.09.11

[쉘 위 댄스] 다시 타오르는 인생의 불꽃

제목 : 쉘 위 댄스 (1996) 감독 : 수오 마사유키 출연 : 야쿠쇼 코지(스기야마 쇼헤이 역), 쿠사카리 타미요(키시카와 마이 역) 리뷰 생애 주기마다 꼭 이루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가령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같은. 요즘에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런 일들은 인생 최대의 목표로 간주하곤 한다. 많은 사람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내 집 장만을 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을 보면. 의 ‘스기야마’도 마찬가지였다. 스기야마도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내 집을 장만한 것으로 목표했던 것을 다 이루었다. 스기야마는 목표를 이루면 행복한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목표를 ..

영화 2026.09.03

[노마드] 우리가 몰랐던 유목민의 역사

제목 : 노마드 지은이 : 앤서니 새틴 출판사 : 까치 리뷰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정착민의 역사이다. 정착민들은 오래전부터 이 땅에 터를 잡고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는 자들을 우리는 오랑캐라 부르며 업신여겼다. 정착민의 관점에서 유목민은 툭하면 정착민의 땅에 쳐들어와 약탈, 파괴, 방화, 살인을 일삼는 야만인이었다. 정착민에게 유목민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니 유목민이 곱게 보였을 리 만무하다. 정착민은 유목민이 이룩한 업적을 평가절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서 유목민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정착민의 역사 속 유목민은 노략질이나 해 대는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목민이 야만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유목민이 살던 곳..

책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