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이 엠 러브 (2009)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틸다 스윈튼(엠마 역)
<아이 엠 러브> 리뷰
‘엠마’의 삶은 겉으로는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인다. 그녀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으리으리한 집에 살며 명품으로 한껏 치장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산다. 가사 근로자들 틈바구니에서 시아버지의 생신상을 꼼꼼히 챙기는 엠마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레키’ 가문의 일원으로서 맏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상류 사회에 완전히 녹아든 거처럼 보였던 엠마의 삶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큰아들 ‘에도아르도’의 친구 ‘안토니오’는 고요했던 엠마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고, 딸이 에도아르도에게 보낸 편지는 엠마의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편지에는 딸이 어떤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엠마는 딸의 용기 있는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엠마는 딸의 편지를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진정으로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던질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엠마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으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잠깐 망설이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 안토니오를 향한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그건 안토니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사랑은 생명력 넘치는 여름만큼이나 뜨겁게 타오른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이윽고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에도아르도가 두 사람 사이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것이다. 엠마는 에도아르도에게 해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에도아르도는 엠마의 변명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엠마의 손을 뿌리치다 그만 발을 헛디뎌 수영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목숨을 잃고 만다. 비극은 갑자기 찾아와 비바람이 몰아치듯 엠마를 휩쓸고 지나간다.
그동안 엠마는 겉만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엠마는 안락한 생활과 자신의 정체성을 맞바꿨다. 그 대가로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결혼 후 얻게 된 사회적 계층, 가족들이 요구하는 역할이 엠마를 속박했다. 하지만 엠마는 굴레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었다. 안토니오와의 사랑은 엠마에게 해방감을 주었지만 떳떳할 수는 없었다. 자식뻘 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를 곱게 바라볼 이는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보다 에도아르도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들이 죽었다. 아들의 죽음은 너무 큰 비극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녀 앞에 가로놓인 마지막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기도 했다. 엠마는 더는 거리낄 게 없었다. 엠마는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을 벗어던진다. 그리고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엠마는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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