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남자의 평범한 이야기, 소설 <에브리맨>

iambob 2020. 9. 24. 15:58

에브리맨 /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에브리맨> 책 표지

 


STORY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QUOTES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23)
젊을 때는 중요한 게 몸의 외부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거야. 하지만 나이가 들면 중요한 건 내부야.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데는 관심을 갖지 않아. (89)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162)

OPINION

1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살면서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을 뿐. 당장 닥치지 않을 먼 훗날의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도 언젠가 죽는다는 걸 망각한 채 살았던 거 같다.

 

나와 상관없는 일 같지만 죽음은 늘 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뉴스를 보면 매일같이 사건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온다. 친척 중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살을 한 사람도 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높은 빈도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점점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2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게 되지 않을까. 주인공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리고 죽음의 끝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주인공은 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가정에는 충실한 편이 아니었다. 요즘 세상에 이혼이 흠은 아니라지만 3번이나 이혼을 한다. 첫 번째 결혼 생활은 그에게 굴레가 되어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두 번째 결혼은 그의 외도로 파경을 맞이한다. 바람을 피운 여자와 시작한 세 번째 결혼 생활은 그에게 후회를 남긴다.

 

죽음의 공포가 피부에 와 닿지 않던 시절, 그의 곁에는 부모님과 형제, 자식이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파도가 밀어닥칠 때쯤,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그는 과연 성공적인 삶을 살았을까.

 

3

주인공의 말로가 아름답지 못한 건, 다 그가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욕망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그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바람을 피웠다. 첫 번째 아내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이 끝내 주인공을 용서하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아들들 눈에 아버지는 무책임한 바람둥이일 뿐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들이 등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끝끝내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는 아들들을 책망한다. 어찌 보면 그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적합한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앞날을 생각하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지 못한 채 그릇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누구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4

죽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찾아온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릴 때는 죽는 것이 그다지 두렵지 않다. 큰 불행이 닥치지 않는다면 오래 살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따라서 죽음이 남 일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한 인간을 마주할 뿐이다. 반면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나이에 접어들었거나 직 · 간접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겪은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좇아가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RATING

★★★


에브리맨
국내도서
저자 : 필립 로스(Philip Roth) / 정영목역
출판 : 문학동네 200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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