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iambob 2020. 6. 17. 13:55

 

 

△ <아몬드> 책 표지

 


STORY

감정 표현 불능증에 걸린 소년이 감정을 찾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발돋움할 것을 예고하는 이야기.


QUOTES

어려운 건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거다. 언 땅이 녹고 움이 트고 죽어 있는 가지마다 총천연색 꽃이 피어나는 것. 힘겨운 건 그런 거다.(152쪽)
감정이란 찰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161~162쪽)
어쩌면 언어를 이해하는 건 상대의 표정이나 감정을 알아채는 것과 비슷한지도 몰랐다.(188쪽)

OPINION

1

정말 가끔 서점에 들른다. 베스트셀러 코너는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에 있어서 서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앞을 지나치게 된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싶지 않아도 자의 반 타의 반 가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몬드’는 언젠가부터 늘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었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고, 나 또한 늦었지만, 그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2

​이 소설에는 (비록 독특한 병명을 가진 소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익숙한 클리셰가 등장한다. 엄마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소년을 낳는다, 소년은 불의의 사건으로 가족을 잃는다, 소년은 어둠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막간의 러브스토리, 죽을 뻔했던 소년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나고 불치의 병도 완치, 식물인간이 되었던 엄마도 의식을 되찾으며 해피엔딩.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이런 소재 역시 너무 뻔해서 새로운 것이 없다.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특히나 불치병이 낫고, 식물인간이 의식을 되찾는 등등의 내용은 보통 여기저기 벌여놓은 사건을 급히 마무리 짓거나 해피엔딩을 만들고 싶을 때 등장하는 장면이므로, 작가가 또 성의 없이 글을 썼군,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3

어디선가 본 익숙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내가 문학평론가는 아니므로 이 소설이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없다. 그 대신 내가 좋았던 점을 몇 자 적어 본다면.

3.1

읽기가 쉬웠다. 문장이 간결해서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고래에 대한 설명이 차고 넘쳐 도통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모비 딕’. 그 책을 몇 달 동안 읽었는지 모른다. 그 뒤에 읽은 ‘종이 동물원’은 재밌기는 했지만, 내용이 어려웠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잘 읽혔다. 엉덩이가 무거우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미없고 두꺼운 책은 얼마큼 읽었는지 자꾸 확인하고 싶어지는데, 이 책은 얇기도 하거니와 단락이 짧아서 그럴 일이 없었다.

3.2​

뻔한 소재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진부하지 않게 가공될 수 있다. 이 책도 그러해서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닐까. (이야기의 절정 이후 윤재와 곤이 스토리는 손발이 좀 오그라들었지만) 이 소설이 보통의 소설과 다르게 느껴졌던 부분은 결말이었다. 해피엔딩으로 그저 그렇게 마무리될 것만 같았던 이야기가 에필로그에 가서 한방에 분위기가 역전되었다. 보통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었을 일련의 사건을 비극도 희극도 아닌, 대수롭지 않은 일로 대신해 버리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소년의 다짐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3.3

생각할 거리도 있다. 사람들은 감정 표현 불능증에 걸린 소년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과연 그들이 소년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245쪽)


무한 경쟁 사회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불의를 보고 그냥 참으며, 쉽게 들끓고 금세 식어버린다. 소년은 이런 세상을 가짜라고 말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눈에는 이 세상이 모순덩어리처럼 보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주절주절 적다 보니 참 훌륭한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ㅋ


아몬드
국내도서
저자 : 손원평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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