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남자사람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은 과연 사랑일까...

iambob 2021. 12. 25. 01:43

제목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
감독 : P. J. 호건
출연 : 줄리아 로버츠(줄리안 역), 카메론 디아즈(키미 역), 더모트 멀로니(마이클 역), 루퍼트 에버렛(조지 역)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쓴 리뷰


오랜 시간 솔로인 채 남사친, 여사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자신들이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결혼을 못 할 경우, 서로 구제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 건 어떠냐고 말하곤 한다. 물론 대부분 그 말을 지키지 않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약속을 하는 까닭은, 너라면 끝까지 내 곁에 남아 있지 않을까, 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성 친구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친구 사이로 그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성으로서 매력을 못 느꼈거나, 섣불리 고백했다가 친구 관계마저 파투 날까 두렵기도 하고, 그동안 친구에게 별의별 꼴을 다 보여 주었을 텐데 연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를 나누는 자신의 모습이 도저히 상상이 안 돼서일 수도 있다.

(비약이 심한 걸 수도 있지만) 그래서 우리는 이성 친구를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솔로 생활 대비용으로 자신 곁에 둔다. 이성 친구는 친구와 연인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 물론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에서 말이다. 친구끼리 하는 일들은 물론이거니와 연인들처럼 데이트 같은 걸 할 수도 있다. 친구 사이니까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고 서로 비슷한 처지이니 옆구리가 시릴 때 어느 때고 불러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럴 거면 차라리 서로 사귀어라,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는 두 사람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친구로 지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평생 내 옆에 있을 것만 같던 남사친, 여사친이 갑작스럽게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 발표를 하면, 물론 축복하는 마음이 앞서겠지만, 순간 표정 관리가 안 되면서, 배신감이 들고, 헛헛한 마음에 가슴이 뻥 뚫린 거 같고,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샘솟는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9년 동안 알고 지낸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고 그를 자신의 남자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300x250


어느 날 ‘마이클’은 ‘줄리안’에게 전화를 걸어서 3일 뒤 결혼을 한다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한다. 넋 놓고 있다가 뜬금없는 소식을 듣게 된 줄리안은 큰 충격을 받는다. 뒤늦게 애가 단 그녀는 그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 나는 그런 ‘줄리안’의 모습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이클’에게 먼저 철벽을 친 건 ‘줄리안’이었기 때문이다.

이성 친구가 제 짝을 찾아 떠날 경우, ‘줄리안’처럼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건 보기에 썩 좋지 않다. 9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는데 여전히 친구 사이라면,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물며 그녀의 경쟁 상대가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고, 노래를 엉망진창으로 부르는 모습마저 사랑스럽고, 그녀의 악의를 선의로 받아들일 만큼 순수하고, 그녀보다 ‘마이클’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빨리 마음을 정리하는 게 낫다.

‘줄리안’은 오랜 시간 ‘마이클’과 친구로 지내면서 여러 감정을 쌓아 왔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이클’이 결혼 발표를 하고,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각하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하얘지고 그 결과 사고 회로가 오작동을 일으켜 아마도 그를 향한 감정이 사랑이라고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과연 ‘마이클’을 뺏어 온다고 ‘줄리안’이 행복해질까. 그녀는 ‘마이클’과 ‘키미’를 갈라놓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그녀의 작전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녀가 훼방을 놓을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공고해질 뿐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타이밍이 결혼을 앞둔 이성 친구 사이에서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 경거망동하면 나중에 탈이 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