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타트렉: 더 비기닝
감독 : J.J. 에이브럼스
출연 : 크리스 파인(제임스 커크 역), 재커리 퀸토(스팍 역)
상영시간 : 2시간 6분
쿠키 영상 : 없음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별 상관없는 리뷰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종족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영어를 사용할까, 라는 거다. 인간이야 지구에서 당연히 영어를 쓸 수 있겠지만, 외계인이 지구까지 와서 굳이 영어를 쓴다는 게, 나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먼 훗날의 이야기를 그린다. 예전에는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 외국어를 모른다고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좀 답답하고 시간이 걸려도 스마트폰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외국어를 몰라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하물며 지금보다 훨씬 과학기술이 발전해 있을 먼 미래, 인간도 외국어를 배울지 말지 알 수 없는 마당에 구태여 외계인이 영어를 배워서 지구인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지 의문스럽다.
언어는 지리적 위치, 기후, 역사적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한다. 지구에 여러 언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지구에도 이렇게 언어가 많은데, 그 범위를 우주로 확대할 경우 얼마나 다양한 언어가 존재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어느 행성의 외계인들이 자기네 언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한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어떤 행성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와 동일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 않을까. 그런데 인간이 그 행성에 가서 영어를 전파해준 건지, 그 외계인들이 인터넷 강의로 영어를 배운 건지, 외계인인 자기네들 언어를 놔두고 영어로 대화를 한다. 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자신의 언어를 잃어버린 외계인의 처지를 생각하면 왠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미국에서 만든 영화이고 외계인이 영어로 말하는 게 이야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니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디테일이 간혹 영화의 퀄리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인들이 자막 읽는 걸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둘러 지적한 바 있다.
“자막의 장벽을… 장벽도 아니죠. 그 1인치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외계인이 자막 읽는 걸 싫어하는 미국인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진 거라면 제작진이 영화를 안일하게 만들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것도 아니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무의식 중에 각인시키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끼워 넣은 걸까.
<스타트렉>을 검색하며 알게 된 건데, <스타트렉> 드라마 시리즈에는 무선 통신기, 화상 통화, 태블릿 PC 등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SF 소설, 영화, 드라마는 앞으로 등장할지도 모를 여러 과학 기술을 소개한다. 당장은 터무니없어 보여도 시간이 흘러 과학이 발전하면 그 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을 수도 있다. 옛날 SF 작품들이 미래를 얼마나 잘 알아맞혔는지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밋거리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의사소통과 관련해서도 과학이 접목되어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면 뭔가 획기적인 소통 방식이 나오지 않을까. SF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외계인이 영어로 대화할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대신 그들의 창의력을 십분 발휘해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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