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브스 아웃(2019) 리뷰

iambob 2021. 5. 19. 10:23

나이브스 아웃(2019) / 라이언 존슨 감독 / 아나 드 아르마스,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제이미 리 커티스, 마이클 섀넌, 돈 존슨, 토니 콜렛, 캐서린 랭포드, 크리스토퍼 플러머, 제이든 마텔 출연

나이브스 아웃


OPINION

코로나 19가 오랜 시간 지속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인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스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차별의 대상이기도 한 흑인도 혐오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작년(2020) 미국에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편으로이런 행동이 흑인의 분노 표출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도시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미국의 인종 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무튼, 누구보다 오랫동안 차별을 겪으며 그 고통을 잘 알고 있을 흑인이 아시아인 차별에 동참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나이브스 아웃>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 역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마르타(아나 드 아르마스)는 이민자 출신으로 소설가 할런 트롬비의 간병인이다. 할런의 가족들은 겉으로는 그녀가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누구는 그녀가 우루과이에서 왔다고 말하고, 누구는 멕시코라 그러고, 누구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라고 하는데, 가족들의 답변이 제각각인 걸 보면, 마르타가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그들의 말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족들이 대체로 남미 쪽 나라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마르타는 남미 어느 나라에서 왔나 보다.

 

할런의 생일 파티가 열리던 날, 린다(제이미 리 커티스), 리처드(돈 존슨), 월트(마이클 섀넌), 조니(토니 콜렛)는 미국이 멕시코 국경에 짓고 있는 장벽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고 트럼프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지었던 그 장벽 말이다. 리처드는 아무렇지 않게 마르타에게 국경장벽에 대한 그녀의 견해를 묻는다. 그들이 마르타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그녀가 남미에서 왔고, 그녀의 어머니가 불법 이민자여서 강제 추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는 개의치 않고 마르타로서는 민감하게 느낄 법한 질문을 한다. 그들에게 배려란 게 있었으면 마르타를 난처하게 만들 대화 주제는 애초에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할런의 자식들이 마르타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마르타를 대놓고 무시하는 할런의 가족들이지만, 막상 툭 까놓고 보면 그들도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인물들이다. 자수성가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첫째 린다는 알고 봤더니 아버지의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였고, 린다의 남편 리처드는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셋째 월트의 출판사는 할런의 소설로 돈을 벌고 있고, 며느리 조니는 할런에게서 딸 학자금을 이중으로 타내다 발각된다.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게 보고 짖는다고, 할런의 자식들은 딱히 남을 흉볼 처지가 못 된다.

 

린다의 아들 랜섬(크리스 에반스)은 오만함의 끝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범죄 행위가 탄로 나자 자기 가문의 유구한 역사를 들먹이며 최후의 발악을 한다. 그러나 그 역사라는 것도 보잘것없기 그지없다. 랜섬은 할런의 집을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 집은 할런이 80년대에 파키스탄인 재벌에게서 산 것이었다. 할런의 자손들이 거머쥔 부와 권력은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성처럼 토대가 부실하다. 어쩌다 운 좋게 부자 부모를 둔 덕택에 호의호식하며 사는 주제에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드는 모습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차별은 일상 속에 비일비재한 거 같다.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하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처럼 상대방을 조롱, 비하, 멸시할 수도 있고, 아시아인 혐오 범죄처럼 혐오, 증오의 단계를 거쳐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 같다. <나이브스 아웃>에서 마르타는 랜섬의 얼굴에 시원하게 토를 뿜어내는데, 이는 마치 허울뿐인 그들의 특권 의식에 먹칠을 하는 거 같아 통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영화는 마르타가 할런의 바람대로 그의 유산을 상속받고, 할런의 자손들이 집에서 쫓겨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