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리 맥과이어(1997) 리뷰

iambob 2021. 5. 10. 10:19

제리 맥과이어(1996) / 카메론 크로우 감독 / 톰 크루즈, 르네 젤위거, 쿠바 구딩 주니어 출연

<제리 맥과이어> 포스터


OPINION

새벽은 감성이 충만한 시간대이다. 그래서 새벽에 쓴 글을 낮에 읽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때가 많다.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는 유능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운동선수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지금의 회사 운영방식은 회사와 운동선수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회사와 운동선수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리는 모두가 윈윈할 방법을 고심하며 장문의 제안서를 쓴다. 그것도 새벽에.

 

제리 맥과이어가 쓴 제안서의 요지는 운동선수의 인권 보호이다. 근데 회사가 보기에는 재고할 가치도 없는 한낱 감성에 젖은 글에 불과했다. 그의 제안서는 이상을 좇은 나머지 회사의 존재 이유인 이윤 창출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제리가 회사와 다른 길로 들어섰다는 판단하에 그를 해고한다. 제리는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제리를 보며, 이성적 사고를 요구하는 글은 늦은 밤 대신 가급적 낮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뜻하지 않게 나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시련이 닥쳤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잘 버텨내면 나중에 또다시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잘린 뒤 제리의 삶은 엉망진창이 된다. 공들였던 선수는 배신하고, 파혼당하고, 도로시(르네 젤위거)와의 관계는 의리인지 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리기만 하며, 제리와 계약한 유일한 선수 로드(쿠바 구딩 주니어)는 한물간 주제에 이것저것 바라는 것만 많다. 제리의 삶은 더 나빠질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대부분 영화가 그렇듯, 썩은 동아줄인 줄로만 알았던 로드가 잭폿을 터뜨리면서 제리는 일과 사랑을 다 잡는다.

 

요즘 끝까지 버텨서 승리한 대표적인 케이스를 꼽자면 브레이브걸스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방송에 나가고 싶어도 불러주는 곳이 없어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군대 위문 공연이었다고 한다. 군인들은 브레이브걸스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고, 그들의 공연 장면과 군인들의 리액션을 편집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음원차트 역주행에 성공한다. 유튜브에서 대박 나기 일주일 전만 해도 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데,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제리가 제안서 하나 잘못 써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거처럼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또 브레이브걸스의 경우처럼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자신의 선택이 의도치 않게 엉뚱한 곳으로 데리고 갈 때 물론 당황스럽겠지만 신념을 지켜나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딛고 일어설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또 지금 가는 길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막막하고 노력이 배신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뜻하지 않은 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존버해야겠다.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