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스텔지아(1983)

iambob 2021. 4. 21. 11:02

제목 : 노스텔지아(1983)

감독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출연 : 올렉 얀코프스키(안드레이 ), 도미지아나 지오다노(유제니아 ), 얼랜드 조셉슨(도메니코 )

 

△ <노스텔지아> 포스터


OPINION

보다가 잠을 잤다. 어떻게든 끝까지 보려고 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저절로 감겼다.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진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몇 가지를 꼽자면.

 

장면 하나하나의 호흡이 너무 길었다. 첫 장면을 예로 들어, 카메라가 가로지르는 길을 비추고 있다. 차 한 대가 화면 오른쪽에서 나타나 왼쪽으로 사라진다. 조금 뒤, 그 차가 다시 왼쪽에서 나타나 화면 한가운데 멈춘다. 카메라는 굽어진 길을 비추고 있었나 보다. 관객은 단지 차가 와서 멈추는 것뿐인 그 장면을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안드레이가 촛불을 켜고 촛불이 꺼질까 조바심 내며 온천탕 안을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은 어떤가. 그는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온천탕 끝에서 끝까지 가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가는 도중, 몇 번이나 촛불을 꺼트리고 만다. 그는 초에 불을 붙이고 한쪽 벽을 터치한 한 다음 반대편 끝까지 걸어가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그 의식에 성공할 때까지 몇 번이나 반복한다. 그걸 보고 있자니, 좀이 쑤시면서 제발 좀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 안드레이의 노스탤지어, 상상, 회상인 걸로 추정되는 장면이 흑백처리되어 삽입돼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나간 시간 또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항상 아름다울 수 없기에, 흑백으로 표현된 장면은 애틋하고 스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왠지 음산하고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장면을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영화의 화면은 컬러와 흑백이 혼재돼 있다. 근데 컬러 화면도 무채색이 많아 마치 흑백 화면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당시 카메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색이 그 정도밖에 안 됐던 건지,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촬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컬러에서 흑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장면에서 내가 컬러 화면을 보고 있는지, 흑백 화면을 보고 있는지 아리송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무채색의 향연이 졸음을 유발했던 걸까, 아니면 이야기가 따분해서 잠이 왔던 걸까.

 

화면 구도가 안정적이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정적이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들은 화면의 중앙에 위치하고 카메라는 수직 또는 수평으로 움직인다. 피사체는 상당히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도메니코의 연설을 듣는 사람들을 보라. 무질서하게 서 있는 거 같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대각선으로 줄지어 서 있다. 카메라가 사물을 비출 때는 마치 정물화를 보는 거 같고, 풍경을 담을 때는 풍경화를 보는 거 같다. 무엇하나 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데 그걸 긴 호흡으로 찍고 있으니 잠이 안 올 수가 있나. 나만 그렇게 느낀 걸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안드레이는 러시아 음악가 소스노프스키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간다. 안드레이는 이탈리아어가 서툰지 통역을 도와줄 유제니아와 동행한다. 안드레이는 가정이 있는 사람인데, 유제니아는 그를 짝사랑하는 거 같다. 그는 온천 마을에서, 7년이나 지구의 종말을 기다리며 가족을 감금한 도메니코를 만난다. 안드레이는 도메니코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의 집에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도메니코는 안드레이에게 초 하나를 건네주며 초에 불을 붙인 채 온천탕 끝에서 끝까지 건너가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자기가 그 짓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하는 줄 알고 가로막는다나 어떻다나. 유제니아는 안드레이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로마로 떠난다. 시간이 지나 안드레이는 이탈리아를 떠나기로 하는데, 유제니아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서로 안부를 묻다 유제니아는 도메니코가 로마에 있고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더라는 소식을 전한다. 말마따나 도메니코는 그러고 있다. 도메니코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안드레이는 온천탕에 찾아가 미션을 수행한다. 한편 광장 동상 위에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도메니코는 분신자살한다. 그런 이야기다.

 

이 영화는 딱 봐도 예술 영화다. 영화평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훌륭한 영화라는 칭찬 일색이다. 근데 나는 그 예술이 어렵고 따분했다. 그래서 잠이 왔다. 나는 아직은 이런 영화를 볼 단계가 아닌가 보다.


COMMENT

이래서 예술은 어렵고 따분한가 보다.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