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

10월, 태화강 국가정원, 국화

태화강 국가정원은 누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비록 차를 타고 가야 가깝게 느껴지는 거리였지만. 평일임에도 주차장에 차들이 꽉 들어차 있어 차 댈 곳이 없었다. 평일에 구경하러 다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웬일인지 평소 같지 않게, 많은 사람이 나들이를 나온 거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공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면 매일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갈 텐데. 하지만 마음과 달리 내 행동은 굼뜨기 그지없다. 외출하기까지의 준비과정은 쉽게 내 의욕을 꺾어버린다. 나처럼 귀찮은 걸 싫어하는 사람은 집 가까이 산책하기 안성맞춤인 곳이 있어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 태화강 국가정원도 누나 집에 놀러 간 김에 간 거지, ..

여행 2020.11.10

10월, 운곡서원, 도리마을

나무가 빨갛고 노랗게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 되었다. 모처럼 가족들이 시간이 맞아서 단풍 구경을 하기로 했다. 집 앞 벚꽃 나무는 이미 잎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도로변 은행나무 중에는 간혹 노랗게 물든 것도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가기로 한 곳은 경주의 운곡서원과 도리마을이었다. 명소라고 소문난 곳을 제대로 구경하기 위해서는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때쯤 가면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떠났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우리 동네가 단풍이 들었다고 내가 가기로 한 곳 또한 단풍이 들었을 거로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역시 운곡서원과 도리마을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초록색이었다. 솔직히 내가 가는 여행이 ..

여행 2020.11.04

쇠소깍

이른 가을,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처음 제주도를 방문하는―나도 처음 방문하는 것과 진배없지만―엄마를 위해 누가 봐도 관광지인 곳만 골라 다녔다. 이번에 둘러본 여러 관광지 중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쇠소깍이었다. ‘쇠소’는 ‘소가 누워 있는 연못’을 ‘깍’은 ‘마지막 끝’을 의미한다고 하니, ‘소가 누워 있는 연못의 끝’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 지명이 뜻하는 바와 같이 강의 끝, 바다가 시작하는 지점에 쇠소깍이 있다. 이곳은 통나무배인 ‘테우’나 나룻배를 타고 구경할 수 있었다. 나룻배를 타는 것도 나름 좋은 추억으로 남았겠지만, 차마 노를 저을 엄두가 나지 않아, 우리는 테우를 타기로 했다. 몇몇 사람들이 애먼 곳으로 배를 저어 가는 걸 보며, 내심 테우를 잘 탔구나, 싶었다. 또―..

여행 201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