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는 걸 보여 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iambob 2021. 10. 16. 01:47
플로리다 프로젝트

제목 :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 션 베이커
출연 : 브루클린 프린스(무니 역), 브리아 비나이테(핼리 역), 윌렘 데포(바비 역)
상영 시간 : 1시간 51분
쿠키 영상 : 없음



줄거리

모텔에서 사는 어린 엄마와 딸의 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조카가 태어난 뒤로 어린아이와 관련된 사건, 사고를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조카가 어린이집에 다닐 즈음에는 유독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자주 일어났었던 거 같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아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점을 악용한 몇몇 못된 어린이집 원장, 교사가 부모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아이를 학대하다 발각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나는 그 당시 어린이집을 막 다니기 시작한 조카가 괜스레 걱정되었다. 그래서 안 좋은 뉴스가 나올 때마다 수시로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조카의 안부를 묻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동 학대는 가정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동안 수면 위로 떠 오르지 않았던 건지, 인제야 아동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입양한 아이를 학대하다 숨지게 한 양부모, 갓난아이를 방치해 굶겨 죽인 철없는 부모,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정 내 아동 학대에 관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는 태어난 아이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무슨 저출산 걱정을 하고 있나 싶으면서, 부모로서 자격도 없는 사람들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자라지 못해서 그런 걸까. 나는, 좋은 집에서 아무런 부족함 없이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을 받으며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하며 사는 아이들이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면서 그런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니와 무니의 엄마 핼리는 모텔에서 살고 있는데, 이곳은 누가 봐도 아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게다가 핼리는 마땅한 직업이 없어서 무니를 키우는 게 벅차 보인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그 일이란 게 아이의 교육 여건상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핼리는 모텔 근처 리조트에서 향수를 파는데 무니는 엄마 옆에서 호객을 한다. 모텔 방 화장실에서 무니가 혼자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을 때 핼리는 낯선 남자에게 몸을 판다.

내 기준에 놓고 봤을 때, 무니는 상당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핼리는 부모의 자격이 없음으로 둘을 분리해서 무니를 안전한 시설로 보내는 게 마땅하다. 영화 또한 그렇게 전개된다. 누군가 아동 보호국에 제보를 해서 무니와 핼리는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렇게 핼리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살고 무니는 안전한 장소로 보내져 보통 아이들처럼 성장하는 결말을 예상했으나, 영화는 예상외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엄마와 헤어지는 게 싫었던 무니는 아동 보호국 직원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핼리 같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모두 나쁘게만 자랄까. 무니의 장난은 보통 아이들이 치는 장난과는 거리가 있다. 무니와 친구들은 자동차에 침을 뱉고 구걸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폐허가 된 집에 들어가 물건을 부수며 논다. 그리고 평소에 보고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욕도 잘한다. 철없는 아이들의 행동치고는 과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 이르면 무니는 그저 아이로서 자신의 삶에 충실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나라 걱정을 하겠는가, 경제 걱정을 하겠는가. 그냥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뛰어놀고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는 게 그 나이 때 아이들이 할 일 아닐까. 무니의 삶이 불행할 거라는 생각은 나같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무니가 그저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을 뿐인데, 그들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잣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억지로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본 뒤 보통과 달라서 보통의 기준으로 이리저리 재단한 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아무렇게 내리는 것 또한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