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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 데이] 톰 크루즈가 차려놓은 밥상에 카메론 디아즈 얹기

iambob 2022. 5. 2. 00:48

제목 : 나잇 & 데이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톰 크루즈(로이 밀러 역), 카메론 디아즈(준 헤이븐스 역)



<나잇 & 데이>와 그다지 상관없는 리뷰

<나잇 앤 데이>의 주인공들은 오스트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 각국 관광청의 후원이라도 받은 걸까. 오스트리아의 매력적인 시내 풍경, 알프스 산맥을 달리는 기차, 스페인 투우 축제, 어딘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해변이 상영 시간 내내 펼쳐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여행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빼어난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은 덤이다.

한국에서 촬영되는 외국 영화가 있다. 한국을 홍보할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 산업이 활성화될 거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홍보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고, 영화 촬영 기간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가 한국에서 촬영된다고 했을 때, 머릿속으로 히어로들이 한국의 상징적인 공간을 누비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래서 한국 홍보가 되겠나 싶은 정도로 특색 없고 촌스러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오징어 게임>의 선풍적인 인기, BTS의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등 최근 한국 콘텐츠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래서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외국 영화도 좋지만, 지금처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는 게 한국 홍보에 더 효과적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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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앤 데이>는 톰 크루즈의 액션을 보라고 만든 영화인 거 같으니, 액션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다. 톰 크루즈는 어느 순간부터 액션 배우가 돼버린 거 같은데, <나잇 앤 데이>에서는 내가 예상했던 딱 그만큼의 액션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카 체이싱, 총질, 뜀박질, 맨몸 액션 등 다양한 액션을 소화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액션 장면이 그의 대표작 <미션 임파서블>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딴죽걸기 좀 그렇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이 주인공만 쏙쏙 피해 가는 건, 마치 예전의 홍콩 영화를 보는 거 같아서 억지스러웠다. 그동안 더한 것도 해 봤을 테니 톰 크루즈가 달리는 자동차 위에 매달리거나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게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가 오금이 저릴 만큼 위험천만한 액션을 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간 해왔던 게 있으니 나도 모르게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거 같다. 그래도 오토바이를 타고 소 떼 사이를 질주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톰 크루즈의 활약에 비하면 카메론 디아즈의 역할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준’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로이’는 준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데, 준이 보호를 받는 건지 위험에 빠지는 건지 나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안 죽고 살아남았으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준은, 2010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민폐 캐릭터에 가깝다. 로이와 정부 기관, 무기 거래상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준이 할 수 있는 건 로이와의 로맨스 말고는 극히 제한적이다.

몇몇 장면에서 준은 거추장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위치 추적이 되는 전화인 줄도 모르고 전화를 걸었다가 위치가 발각 되질 않나, 혼자 오해해서 로이를 곤경에 빠뜨리고, 총을 쥐여 줬더니 아무렇게나 난사해대서 로이를 식겁하게 만든다. 명색이 여자 주인공인데,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건 제작진의 방기로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미국 영화라면 꼭 등장하는 개연성 없는 로맨스를 끼워넣기 위해 억지로 준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거처럼 보였다. 준이 여전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역할이 분명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