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바이스 (2019)
감독 : 아담 맥케이
출연 : 크리스찬 베일(딕 체니 역), 에이미 아담스(린 체니 역)

내 멋대로 쓴 <바이스> 리뷰
<바이스>는 ‘딕 체니’에 대한 영화이다. 딕 체니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정치 인생을 걸어왔는지 소상히 보여 준다. 딕 체니, 생소한 이름인데,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 부통령을 하던 양반이란다. 미국이 아무래도 이래저래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주는 나라다 보니 대통령 이름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통령이 누군지는 잘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거 같다. 나는 부통령까지 기억할 만큼 미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인생을 반추해보면 밝음과 어둠이 있기 마련인데, 딕 체니는 칭찬할 거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었던 모양이다. 이 영화는 대놓고 딕 체니를 돌려 깐다. 그는 대통령보다 막강한 슈퍼파워를 가졌는데,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을 두고 초강대국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정치적 결정은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권력자가 그릇된 신념을 가지고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한때 미국의 언론 기관은 ‘형평성 원칙’을 따라야 했다. 형평성 원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다룰 때 서로 다른 관점을 동등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원칙은 딕 체니가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던 1987년 공화당 주도로 폐기된다. 형평성 원칙의 폐기는 폭스뉴스 개국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폭스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태도를 보이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언론의 역할은 논쟁적 사안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실의 왜곡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수용자가 할 일을 언론이 나서서 대신한다면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빠질 수밖에 없다. 폭스뉴스가 일을 제대로 한 건지, 유튜브의 등장 때문인지, 미국 사회는 공화당과 민주당, 보수와 진보, 인종 별로 나뉘어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과연 딕 체니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딕 체니가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2000년대에는 지구 온난화란 말이 기후 변화로 대체되었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였다. 반면 기후 변화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공장에서 매연을 내뿜어도, 사람들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지 않아도, 농장에서 가축 분뇨를 더 많이 배출해도 지구가 병들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심어주었다. 지구 온난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당면 과제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없애고, 기업의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푼 결과, 지구의 기후는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변해버렸다.
2001년 9월 11일, 항공기 납치 테러로 인해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펜타곤이 공격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은 테러 용의자 빈 라덴과 그의 조직 알 카에다가 숨어 있을 거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에 공습을 감행했다. 딕 체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테러의 배후에 이라크가 있다고 보고 이라크 침공을 지시한다. 미군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테러 세력과 후세인 간의 어떠한 연결 고리도 찾을 수 없었다.
실리와 명분이 없는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엄청난 전쟁 비용을 치른 것은 물론이다. 반면 딕 체니가 몸담았던 석유 채굴 기업 할리버튼은 이라크 전쟁 덕분에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 하지만 권력자는 늘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간다. 딕 체니의 잘못된 결정으로 숱한 사람이 죽었지만, 그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나온다.
<바이스>는 권력자가 내리는 결정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음을 보여 준다. 순간의 선택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야기할 만큼 권력자의 책임은 크고 막중하다. 얼마 전 지방선거가 있었다. 투표율이 역대급으로 저조했다고 한다.
세상이 점점 혼란스러워질수록 우린 코앞의 일에만 집중하고 인생의 흐름을 바꿀 거대한 힘은 무시한다.”
권력자를 견제할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그들은 그들이 가진 힘을 제멋대로 휘두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무던하고 관료주의적인 부통령이 득세한 것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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