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운드 오브 메탈(2019)
감독 : 다리어스 마더
출연 : 리즈 아메드(루빈 역), 올리비아 쿡(루 역)

내 멋대로 쓴 <사운드 오브 메탈> 리뷰
음악가가 청각을 잃는다는 건 음악 인생에 종언을 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뭐라도 들려야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지휘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사운드 오브 메탈>의 주인공 ‘루빈’에게 일어난다. 그는 드러머인데 어느 날 갑자기 청력을 잃는다. 드러머가 드럼을 칠 수 없을 때의 좌절, 상실감을 나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베토벤처럼 고난을 극복하고 드러머로 성공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만약 내가 장애인이 된다면 나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루빈보다 더 좌절하고 우울해할 것이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이번 인생은 끝났다고 자리보전하고 드러누워 있겠지. 난데없이 청각 장애인이 되었으므로, 루빈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을 고치려고 애썼을 거 같다.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를 이끌어 가는 ‘조’는 루빈에게 애써 고치려 하지 말고 장애를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 또한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견뎠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장애를 부정하며 살다가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루빈은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루빈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수술을 감행한다. 수술을 마치고 커뮤니티로 돌아온 루빈은 조에게 돈을 구걸한다.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팔아버린 자동차를 되찾기 위해서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불안, 초조해하는 루빈의 모습이 조가 보기에는 영락없이 마약 중독자 같았다.
루빈은 장애를 앓기 전 마약 중독자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은 니코틴에 중독됐다고 봐야 한다. 흡연자는 니코틴에 강한 의존성을 보이며, 흡연을 중단하면 우울, 긴장, 신경과민, 불면증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니코틴 중독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옭아매는데, 약물 중독도 그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루빈이 고쳐야 할 건 장애일까, 약물 중독일까. 약물 중독은 질병이므로 고쳐서 나아야 한다. 조는 루빈이 약물 의존을 끊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조는, 장애는 질병이 아니므로 고치고 자시고 할 대상이 아니라는 걸 루빈이 깨닫길 바란다. 하지만 결국 루빈은 수술을 감행하고 조가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루빈은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집착한다. 희망의 끈을 놓는다는 건 그동안 그가 이뤄 놓은 커리어, 사랑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수술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집착에 빠지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한 가지 일에만 골몰하게 되어 주위를 두루 살필 겨를이 없다. 집착에 사로잡힌 사람은 파국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까지 갈아 넣을 거처럼 행동해서 주변 사람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의사의 말과 달리, 루빈은 수술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루빈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거처럼 이상한 잡음을 덤으로 얻게 된다. 루빈이 보고 듣는 세상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 한다. 들을 수만 있으면 모든 게 제자리를 되돌아갈 거라는 헛된 희망도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루빈과 떨어져 지내며 안정을 찾아가던 ‘루’는 그와 재회하고부터 다시 불안 증세를 보인다. 루빈은 과거에 집착하다가 새로운 희망을 놓쳐 버린 건지도 모른다. 내려놓아야 비로소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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