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

iambob 2022. 7. 11. 00:04

제목 : 재키 (2017)
감독 : 파블로 래레인
출연 : 나탈리 포트만(재키 역)



내 멋대로 쓴 <재키> 리뷰

1963년 11월 22일,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카퍼레이드 도중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재클린 케네디도 예외일 순 없었다. 대부분 사람은 TV 중계로 그 사건을 접했겠지만, 재클린 케네디는 바로 옆에서 남편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재키>는 재클린 케네디의 입을 빌려 사건 이후의 혼란을 그린다.

재클린 케네디는 영부인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아내였고,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행복한 삶을 꿈꾸던 한 여자였다. 그러나 존 F. 케네디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녀의 삶은 격랑 속에 빠져들고 만다. 대통령이 부재하면 외교, 안보, 국정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존슨 부통령은 지체 없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일련의 절차는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에 대한 연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존 F. 케네디가 죽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의 빈자리가 메워지고, 백악관은 전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바쁘고, 갑작스럽게 변화한 정치 지형에 사람들은 유불리를 따지기에 바쁘다. 재클린 케네디는 주변의 공기가 180도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녀는 케네디 대통령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혀 가는 걸 원치 않는다. 존슨 행정부가 테러 위험, 정치적 이유 등을 내세워 많은 사람이 운집한 장례식에 난색을 보이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간다. 케네디 대통령의 유해는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혔다. 사람들은 불꽃을 바라보며, 재클린 케네디의 바람대로 영원히 케네디 대통령을 기억할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소중한 사람이 죽으면 남겨진 사람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클린 케네디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부검, 용의자 수사, 장례 절차 논의, 거취 문제 등 한꺼번에 여러 일들이 재클린 케네디를 숨 가쁘게 압박한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을 애도할 시간이 주어질 리 만무하다. 그녀에게는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시간도, 함께 슬픔을 나눌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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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이별은 예상된 상실보다 훨씬 더 강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마음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심지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모진 말도 서슴지 않는다. 남겨진 자의 슬픔에 100% 공감은 못하더라도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배려하고 슬픔에 귀 기울이는 노력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덮어 두기에 급급하다.

재클린 케네디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쫓기듯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그녀는, 언젠가는 백악관을 떠나겠지만 그런 식으로 퇴장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마치 왕비에서 평민이 된 거처럼 신분이 격하된 재클린 케네디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해야 하는 형편이 된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적지 않은 나이, 전 영부인, 미망인, 두 아이의 엄마를 여자로 바라봐 줄 사람이 있을까. (물론 나중에 재벌과 재혼하지만…) 재클린 케네디는 신부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 신부님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걷다 보면 언젠가 깨닫게 되죠. 해답이란 없음을…”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 차창 밖으로 시선을 옮긴 재클린 케네디는, 쇼윈도에 자신과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서 있는 마네킹들을 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그녀의 삶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뛰어난 패션 감각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했다. 그리고 그녀는 패션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다. 정말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