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드 워] 얄궂은 운명의 두 사람

iambob 2022. 7. 25. 00:21

제목 : 콜드 워 (2018)
감독 :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출연 : 요안나 쿨릭(줄라 역), 토마즈 코트(빅토르 역)



내 멋대로 쓴 <콜드 워> 리뷰


사람은 저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빛나는 순간과 상대방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콜드 워>의 ‘줄라’는 사람들에게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을 때 자신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반면 ‘빅토르’는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스스로가 빛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줄라는 그동안 갈고닦은 춤과 노래 실력을 무대 위에 펼쳐 보였고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둔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 빅토르는 체제 선전을 위한 노래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탐탁지 않아한다. 그가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줄라는 폴란드, 빅토르는 프랑스에 있을 때 자신이 빛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어떤 점에 이끌려 사랑에 빠지게 됐는지 모르지만, 사랑과는 별개로 서로에 대한 이해는 좀 부족한 거 같다. 줄라가 보기에 음악 활동은 폴란드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싶어 하는 빅토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빅토르는 프랑스에서도 노래를 얼마든지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커리어를 잃고 싶어 하지 않는 줄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줄라는 빅토르를 만나러 프랑스로 간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음반도 낸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고,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음악적 성공을 눈앞에 둔 줄라이지만, 어딘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 보인다. 아마도 빅토르의 전 여친 ‘줄리에트’가 줄라가 부를 노래의 노랫말을 지은 게 결정적 원인이 된 거 같은데, 줄라는 빅토르에게 음반 제작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둥 확인할 길 없는 말들로 빅토르에게 상처를 주고 폴란드로 돌아가 버린다.

줄라가 떠나 버리자, 빅토르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폴란드로 돌아간다. <콜드 워>의 시간적 배경은 1950년대~1960년대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냉전 체제로 재편되고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폴란드 입장에서 빅토르는 반역자에 불과했다. 빅토르는 수용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도 아깝지 않은 게 사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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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는 폴란드를 떠난 뒤 프랑스에 정착해 재즈 연주자, 영화 작곡가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폴란드 영사의 말에 따르면, 빅토르는 폴란드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에 그곳에 가 봤자 득 될 게 하나 없었다. 그는 보장된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데도 개의치 않고 사랑하는 줄라를 찾아서 폴란드로 간다. 빅토로는 반역과 간첩 등의 죄목으로 15년 형을 선고받는다.

가수의 인생은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 노래 제목대로 풀린다나, 어떻다나. <콜드 워>에서 줄라는 ‘두 개의 심장’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두 개의 심장, 네 개의 눈이
낮에도 밤에도 눈물을 흘리네
검은 눈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네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없으니까

어머니가 나에게 금하셨네
이 남자를 사랑하지 말라고
심장이 돌처럼 차가워야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지


노래 가사가 줄라와 빅토르의 운명을 예견하는 것만 같다. 노랫말대로 그들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지만 함께할 수 없다. 둘 사이를 갈라놓은 건 냉전 체제일 수도 있고 서로에 대한 오해일 수도 있다. 둘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어지기 위해 애쓴다. 두 사람의 얄궂은 운명은 죽어야만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걸까. 줄라와 빅토르는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뒤 약을 한 움큼씩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