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각의 지도
지은이 : 리처드 니스벳
출판사 : 김영사

내 멋대로 쓴 <생각의 지도> 리뷰
나는 주변의 눈치를 많이 살피는 편이다. 언젠가 바닷가에 놀러 가서 파라솔을 친 적이 있다. 나는 기둥이 움직이지 않도록 기둥 주위에 모래를 쌓았다. 그런데 바람이 세게 불자, 기둥이 모래에서 뽑히더니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 나는 파라솔보다 창피스러운 생각이 앞섰다. 그날 파라솔은 내가 친 것만 날아간 게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처럼 파라솔이 쓰러진 곳도 있었고, 누구는 파라솔이 안 날아가게끔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괜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데 왜 나는 늘 주변을 의식하는 걸까. 나만 그런 걸까. <생각의 지도>를 읽어 보면 그건 나만의 고민이 아닌 듯하다. 이 책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상호의존적인 사회에 살기 때문에 자기를 전체의 일부분으로 생각(79쪽 ~ 80쪽)한다. 인간 관계 속에 조화롭게 ‘적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비판(80쪽)을 하고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 관계의 조화를 추구(80쪽)한다. 또 위계 질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집단의 통제를 수용(80쪽))한다. 내가 주변에 신경을 쓰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나 보다.
서양인의 사고방식이 한국인과 다를 거라는 건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가령 미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이들의 잠자리 풍경이 한국과 사뭇 다른 걸 알 수 있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잠을 잔다. 하지만 미국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기른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이마에 뽀뽀를 쪽 해주는 걸 끝으로 육퇴를 한다. 또 미국의 부모들은 자식 뒷바라지를 한국만큼 오래 하지 않는 거 같다. 성인이 된 자식들은 독립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책에 따르면 서양인들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를 전체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여긴다. 성공과 성취란 개인의 업적을 의미하고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또 형평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를 선호한다. (80쪽) 부모와 자식 간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삶에 간여하지 않고 때론 무정해 보일 만큼 일정한 선을 유지하는 서양인들을 납득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서양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다면 동양인과 서양인은 어째서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를 보이게 되었을까. 중국의 자연 환경은 대체로 평탄한 농지, 낮은 산들, 항해가 가능한 강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농경에 적합하였고,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유리하였다. 쌀농사의 경우 공동 작업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서로간의 화목한 생활이 중요했다. 사람들 간의 화목은 관개 공사의 경우에 특별히 더 중요했는데, 관개 공사는 이웃과의 화목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유도하게 되었다. 소작농들은 자신들의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야 했고, 자기 부락의 연장자들이나 권력자들의 지배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역의 권력자들은 다시 왕의 지배하에 있었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그들의 생태 환경으로 인해 매우 복잡한 사회적 제약 속에 살게 되었다. (190쪽 ~ 191쪽)
그리스의 자연 환경은 그와 대조적이었다. 그리스는 해안까지 연결되는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농업보다는 사냥, 수렵, 목축, 그리고 무역에 적합했다. 이런 일들은 사람과의 협동을 덜 필요로 한다. 그리스에 농경 정착 생활이 도입된 것은 중국보다 2000년이나 뒤였으며, 그마저도 상업적 농경으로 빠르게 변화되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남들과 화목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보다 더 많은 영역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시장이나 공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논쟁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었다. (191쪽)
중국인들은 경제적 · 정치적 · 사회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 밖으로 주의를 기울여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야 했고, 위로 눈을 돌려서 권위자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사회적 상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은 ‘전체 맥락’에의 주의를 초래했다. 또한 인간 관계에 대한 관심은 사물들 간의 ‘관계 일반’에 대한 민감한 고찰로 이어졌다. (192쪽)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람 자체, 사물 자체에 초점을 두었고, 사물과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의 규칙을 범주화하려고 노력했다.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때에도 사물 자체의 내부 속성을 주로 고려했다. (193쪽)
동양인과 서양인은 서로 다른 생태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점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서로의 차이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옳다고 우기면 갈등만 증폭될 뿐인데도 말이다. 세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흐르고 흘러 한데 섞인다. 서로의 생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세상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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