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iambob 2022. 12. 28. 14:13

제목 : 나를 찾아줘 (Gone Girl)

지은이 : 길리언 플린

출판사 : 푸른숲



내 멋대로 쓴 <나를 찾아줘> 리뷰

원만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거 같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잡은 물고기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으면, 그러면 그 물고기는 굶어 죽으란 말인가. 저딴 소리는 집어치워야 옳다. 잡은 물고기에도 사랑과 관심을 줘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성격을 뜯어고치려 든다. 이 또한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성격이란 건 갑자기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람의 성격은 나이테와 같아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결을 하나씩 더해 간다. 그 결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성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싹 갈아엎거나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바꿀 수 없다.

여행을 가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감정적으로 부딪힐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잠깐만 붙어 지내도 싸울 일이 생기는데, 하물며 부부의 연을 맺고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허구한 날 싸우며 서로의 밑바닥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갈라설 게 아니라면,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원만한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금씩 맞춰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 권태기에 들어간 부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닉 던’과 ‘에이미 엘리엇 던’이다. 결혼 생활 5년 차인 이들 부부는 그야말로 막장의 끝을 보여준다. 우선 남편 닉 던. 그는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던 작가였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이 그의 일자리를 앗아가 버린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만 닉. 뉴욕에 있어봤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마침 편찮으시기도 해서 그는 귀향하기로 한다. 아내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 닉은 아내 돈으로 술집을 차린다. 졸지에 에이미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고장에서 타향살이하게 됐고.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닉은 부자 아내를 둔 덕에 술집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에이미는 별안간 닉의 고향으로 끌려갔다. 그런데 아내 눈치를 보며 살아도 시원찮을 닉이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난다. 아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고독을 곱씹고 있을 때, 닉은 다른 여자와 살을 섞으며 사랑을 속삭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온 닉은 곧장 샤워를 한다. 그 여자의 체취와 함께 자신의 죄책감이 샤워기의 물줄기를 따라 흘러가길 바라며. 딴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닉의 외도는 에이미에게 들통이 나고 만다.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닉의 바람은 에이미의 돌아이 기질에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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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는 닉을 파멸시키기로 결심한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분이 안 풀릴 거로 생각했는지, 그녀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쓰기로 한다. 바로 남편을 살인자로 만드는 것. 그녀가 소시오패스이기에 이런 발상이 가능했던 걸까. 소시오패스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9039&docId=3575325&categoryId=59044 ) 닉과 에이미의 결혼기념일, 에이미는 집안을 살인 현장처럼 꾸민 뒤 종적을 감춘다. 그녀는 살인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곳곳에 남겨놓았는데, 그 증거들은 하나같이 범인으로 닉을 지목한다.

 

에이미는 닉이 천하의 몹쓸 놈이 되길 바란다. 물론 그녀는 가련한 여주인공이 되고. 에이미는 거짓 일기를 써서 가정 파탄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한다. 또 남편을, 바람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과소비를 일삼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를 죽인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놓는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녀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간다. 에이미의 바람대로 닉은 살인 누명을 쓰고 인간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완벽을 꾀했던 에이미의 자작극은 그녀의 허술한 일 처리로 막을 내리고 만다.

 

<나를 찾아줘>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닉과 에이미는 둘 다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배우자 몰래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진 닉은 지탄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그런데 에이미도 사람들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녀의 자작극이, 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공권력, 언론, 대중을 이용한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데없는 피해자까지 생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하는데, 이 같은 경우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죽네 사네 해도, 에이미와 닉은 천생연분이다. 닉은 누구보다 에이미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5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게 아니었나 보다. 심지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에이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세상에 닉보다 에이미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에이미는 잡은 물고기에 더는 먹이를 주지 않는 닉에게 실망했고, 닉은 에이미와 성격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 에이미의 자작극은 결론적으로 권태기에 빠진 이들 부부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살다 보면 언제나 위기가 닥쳐온다. 갈등의 조짐을 방치하면 에이미와 닉처럼 부부 관계가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그런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면, 뻔한 말이지만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