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소유냐 존재냐
지은이 : 에리히 프롬
출판사 : 까치

내 멋대로 쓴 <소유냐 존재냐> 리뷰
우리는 많든 적든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소유에는 만족이란 게 없다. 우리의 소유욕은 끝이 없어서,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걸 소유하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늘 허기진 상태에 놓여 있다.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소유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무언가를 소유해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 한다. 하지만 원하는 걸 손에 넣어도 좀처럼 성에 차는 법이 없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 넣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기업은 우리의 욕망이 절대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기업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기업은 재화를 만들어 우리의 소유욕을 부추긴다. 기존 제품에 디자인을 바꾸고 성능을 개선한 다음 새로운 기능 몇 가지를 추가해 제품의 교체 주기를 앞당긴다. 기업은 더 많은 재화를 팔기 위해 광고를 적극 활용한다. 광고는 재화를 소유했을 때 달라질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광고는 재화가 나를 돋보이게 하고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거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재화를 소유해도 우리의 삶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 광고는 말한다. 아직도 가져야 할 게 많으므로 더 많이 소유하라고.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세상은 물건으로 넘쳐난다. 그만큼 버려지는 물건도 많다. 우리는 소유하기 위해 더 쓸 수 있는 물건도 그냥 내다 버린다. 그렇다면 주인을 찾지 못 한 새 제품의 운명은 어떨까. 유행은 빠르게 변한다. 유행에 뒤처진 제품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쓰레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쓰임을 다 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물건은 지구를 병들게 한다. 사람의 욕심은 필요 이상의 물건을 만들어 내고 쓸모가 없어진 물건은 버려져 지구를 더럽힌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는 우리에게 경고음을 보내기 시작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지구에 더 큰 재앙이 불어닥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재화만 소유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꿈, 지식, 명예, 권력 등 소유와 어울리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까지 소유하려 든다. 우리는 내가 가진 것들로 내 실체를 확인한다. 부를 과시하는 건 나와 타인을 차별화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만으로 자신의 실체를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질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추상적 개념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원대한 포부, 풍부한 지식, 높은 권력 등은 나와 타인을 구별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시험은 그 단적인 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암기한 것을 머릿속에 얼마나 잘 간직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므로,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금의 시험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나 직장을 얻기 위한 통로 (※시험의 의미) 역할을 한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성공이 보장되므로 너도나도 지식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교육제도는 학생들에게 소유물로서의 지식을 공급해주려고 애쓰고 있고, 모든 학생은 각기 자신이 지닌 값에 대한 느낌을 높여줄, 그리고 앞으로 그가 누릴 사회적 특권과 상응하게 될, 크거나 작게 포장된 “사치스러운 지식” 꾸러미를 덤으로 받게 된다. (68쪽)
소유적 실존양식과 그로 인해서 야기되는 탐욕이 필연적으로 인간 간에 적대감과 투쟁을 초래하는 점은 개인뿐만 아니라 민족 간에도 해당된다. 민족의 구성원이 소유와 탐욕을 주된 행동요인으로 하는 인간인 한, 민족 간에는 분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민족이 가진 것을 시기하여 전쟁, 경제적 압력, 위협을 통해 자기들이 탐하는 것을 획득하려고 한다. 우선은 보다 약한 민족들에 대해서 이런 수단을 적용하며, 공격 대상이 될 법한 비교적 강한 민족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 이렇다 할 승산이 없는데도 국가 간에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더 많이 소유하고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이 소유적 실존양식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164 ~165쪽)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동일할 수 없고 세상의 부를 모두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도 없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부와 지위의 총량은 유한해서, 우리는 한정된 재화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수반한다. 소유에 집착하다 보면 나와 타인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부와 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유는 대물림되어 가진 자는 더 많은 걸 소유하게 되고 가지지 못한 자는 늘 곤궁한 상황에 내몰린다. 가진 것의 차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결국 우리를 불행에 빠뜨린다.
이렇듯 소유지향적 사회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소유냐 존재냐>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존재지향적 개인의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사회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회는 건전하고 이성적인 소비를 지향해야 한다. 건전하고 분별 있는 소비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과 성장의 관점에서 생산을 결정하는 기업 경영인과 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대신 소비자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존재지향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경제적 및 정치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부강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격차가 메워져야 한다. (252쪽~270쪽)
소유적 실존양식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몇몇 방안은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리 없고 실현되지도 않겠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참고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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