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도파민네이션
지은이 : 애나 렘키
출판사 : 흐름출판

내 멋대로 쓴 <도파민네이션> 리뷰
내 곁에는 항상 핸드폰이 놓여 있다. 아침에 눈을 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핸드폰을 집어 드는 것이고, 자기 전에는 유튜브를 보며 잠을 청한다. 나는 수시로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TV를 보면서도, 대화를 하다가도, 책을 읽으면서도 틈틈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메시지를 확인한다거나 딱히 할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핸드폰 화면을 켰다가 끈다. 핸드폰이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배터리가 60% 아래로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 보니 손목 터널 증후군이 생겼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고 건망증이 심해진 거 같다. 그래도 나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질 못한다. 아무래도 나는 핸드폰에 중독된 거 같다.
나라고 처음부터 핸드폰을 많이 봤던 건 아니다. 요금 폭탄을 맞을까 봐 핸드폰에 있는 인터넷 접속 버튼을 감히 눌러볼 엄두조차 못 내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핸드폰을 많이 보지 않았다. 거짓말 좀 보태서 핸드폰을 한 번 충전하면 몇 날 며칠을 썼다. 그러나 핸드폰이 똑똑하게 변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컴퓨터로 하던 걸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게 되면서 나의 핸드폰 이용 시간은 급격히 늘어났다. 여분의 배터리마저 사라진 지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충전한다. 그리고 핸드폰이 없던 때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핸드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핸드폰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엔 중독의 마수를 뻗치고 있는 것들로 넘쳐난다. 우리는 중독의 위험이 도사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술과 담배를 비롯해 마약, 도박, 음식, 디지털 플랫폼, 쇼핑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중독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마약의 경우, SNS · 인터넷의 발달로 접근성이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지면서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게다가 단속을 피하는 신종 마약이 늘고, 특송화물 등 유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마약의 검은 거래를 부채질하고 있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646)
정신적 외상, 사회적 격변, 가난은 중독의 위험을 높인다. 약물이 대처 수단이 되고, 개인과 후손 모두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면서 후성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독성 물질에 대한 높아진 접근성은 현대인들이 마주한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 모두 강박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낳고 있다. (32쪽) 강박적 과용의 문제를 겪기 가장 쉬운 이들은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인데, 그중에서도 잘사는 나라에서 사는 이들이 특히 그렇다. 그들은 보상 수준이 높고, 효능이 강하며, 새로운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시에 의미 있는 일자리, 안전한 주거, 수준 있는 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 법 앞에서의 인종 및 계급적 평등에 소외되어 있다. 이는 중독 위험 요소의 위험한 연쇄 작용을 불러온다. (44쪽)
쾌락을 느낄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69쪽) <도파미네이션>에서는 쾌락과 고통의 관계를 저울에 비유한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69쪽) 그런데 저울은 평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중요한 점은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 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70쪽~71쪽)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끊었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우리 뇌에 그러한 메커니즘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72쪽)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72쪽) 예전에 인터넷으로 고스톱 게임을 할 때가 기억난다. 고스톱 게임에서 돈을 따면 내가 가진 돈의 액수에 맞춰 게임의 판돈이 올라갔다. 적은 돈으로 치던 때와 달리 판돈이 점점 커지니, 처음엔 아무리 게임 머니라 해도 긴장되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힘들게 모은 게임 머니를 한순간에 잃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그래도 이내 적응해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고스톱을 쳤다. 나는 착실히 돈을 따서 점점 더 큰돈이 오가는 판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결국 나는 올인이 되고 말았다. 고스톱 게임은 모든 돈을 잃으면 지원금 10만 원을 줬다. 하지만 큰돈을 만졌던 전력이 있기에 나는 그 돈이 푼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또다시 적은 돈을 걸고 고스톱을 치니까 게임이 시시하고 좀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쾌락 과잉 시대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뇌는 쾌락을 좇느라 조금도 쉴 틈이 없다. 인간은 궁극적인 추구자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세상의 시험에 너무나 잘 대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지나치게 풍족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과도한 도파민에 둘러싸인 환경에 살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88쪽)
핸드폰은 유용한 도구이다. 하지만 유해한 도구이기도 하다. 나는 쾌락을 좇기 위해 밤낮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끊임없이 쾌락을 추구한 뒤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찾아왔다. 쾌락을 좇느라 기울어져 버린 저울을 바로 맞추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로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279쪽) 중독에 빠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도 있다. 솔직함은 우리의 행동을 확실하게 의식하도록 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진실한 삶을 이끌어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214쪽)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하듯,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영양가 없는 행동처럼 보일지 몰라도 지금의 행동이 미래의 언젠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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