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 란 (2024)
감독 : 김상만
출연 : 강동원(천영 역), 박정민(이종려 역)
<전, 란> 리뷰
지배자가 백성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백성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결국 사달이 난다. 역사적 사건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 프랑스 혁명 : 절대왕정 시대의 프랑스 왕들은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이는 빈부격차를 심화시켰고 결국 혁명으로 이어졌다.
- 러시아 혁명 : 차르(황제)들은 농노제를 유지하며 백성들을 착취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부려 먹었다. 이러한 불평등과 억압은 볼셰비키 혁명을 촉발했다.
- 한국 역사 : 조선 후기에는 농민 반란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양반들은 토지를 독점하고 백성들을 착취했으며, 정부는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 현대 독재 정권 : 많은 독재 정권들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백성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이는 끊임없는 저항과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지배자가 백성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백성들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뒤엎거나 저항을 반복했다. 백성의 지지 없이는 어떤 정권도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백성이 등을 돌리면 지배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
영화 <전, 란>에는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왕이 등장한다. 그에게 백성은 다스려야지, 아끼고 사랑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편애는 소수의 교만을 낳고 박애는 다수의 무질서를 낳으니 다스리는 자들의 고달픈 숙명 아니겠는가.
백성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위기에 빠진 백성을 지킬 리 만무하다. 일본의 침략으로 조선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을 때, 왕은 도성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분노한 백성은 경복궁과 창경궁 등 궁궐을 방화하고 형조에 보관하던 노비문서를 소각한다. 신분제 사회에서 남 위에 군림할 줄만 알았던 왕은 백성의 그런 행동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왕은 민심을 읽지 못하고 비난의 화살을 백성에게 돌린다. #참고
궁을 태우고 왕에게 돌팔매질하는 것들이 그게 백성이냐? 그게 사람의 새끼야?
나는 되묻고 싶었다. 자기 목숨 하나 구하자고, 나룻배로 몰려든 백성에게 칼을 들이미는 자는 과연 왕의 자격을 갖췄는가. 전쟁이 끝나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진다. 그러나 왕의 머릿속은 오로지 궁을 재건할 생각뿐이다. 왕에게는 백성의 안위 보다 왕실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지배자의 권력은 백성한테서 나온다. 하지만 왕은 그러한 사실을 간과한다.
본디 짐승이란 말이 중생에서 나왔겄다! 중생이 곧 짐승이니 그 사나운 힘을 두려워함이 옳지 않은가!
지배자는 종종 백성이 가진 힘을 가벼이 여긴다. 그런데 역사는 말한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배자의 말로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영화에서 왕은 끝까지 백성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에 백성은 소금에 절인 코를 왕에게 선물하는 걸로 민심을 전한다. 역사의 가르침을 반면교사 삼지 않는 지배자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당장은 그럭저럭 권력을 유지해 가겠지만, 계속해서 백성의 사나운 힘을 외면하다간 먼 훗날 소금에 절인 코보다 더 흉한 무언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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