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iambob 2022. 4. 13. 01:30

제목 :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지은이 : 바버라 스트로치
출판사 : 해나무



 

책을 읽고 느낀 점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는 걱정이 많다. 품 안의 자식인 줄로만 알았던 아들딸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예전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앞선 경험이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지는 않다. 부모들은 엇나가고 반항하는 자녀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전전긍긍한다.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자식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저 모양인가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는 그런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십 대들의 뇌 발달이 끝난 상태라고 믿었다. 그런데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MRI 스캐너로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십여 년간 십 대 수백 명의 머리를 스캔했고 십 대들의 뇌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성장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십 대의 뇌가 변화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말이 잔소리처럼 들린다. 잔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상하고 결국 부모에게 대들게 되는데, 사춘기 자녀의 가시 돋친 말은 부모에게 상처를 준다. 십 대는 자극에도 취약하다. 나쁜 행동에 더 쉽고 깊게 빠져든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불량 학생들과 어울리며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십 대는 억제와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는 그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청소년기를 거쳐 성년까지 발달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어른은 십 대의 겉모습만 보고 다 큰 애가 철딱서니 없다고 나무란다. 그런데 십 대는 정말 덩치만 큰 어린아이인지도 모르겠다. 성인과 달리 십 대의 뇌가 여전히 성장 중이라면 그들의 행동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기에는 자율성에 대한 욕구에서 행동이 유발되므로 십 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한편, 가끔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좌표를 읽어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61쪽) 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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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자녀의 위험천만한 행동은 부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위험을 마다 않는 것은 발달에 필요한 정상적인 도구이다. 십 대들은 모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간다.’(145쪽)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더군다나 학교는 지식만 쌓는 곳으로 변질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정상적으로 위험 감수의 성향을 분출할 통로가 너무 적다고—그리고 일반적으로 성공을 향한 길이 너무 제한적이라고—걱정한다.’(169쪽) 십 대가 차를 훔쳐 몰다가 사고를 내고, 술이나 담배에 손을 대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면, 나는 속으로 사고를 치는 십 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십 대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나는 학교에 제시간에 도착한 적이 없었다. 오전 수업 시간에는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오후에 수업을 열심히 들은 것도 아니지만. 방학이 되면 매일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느라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다. 보통 청소년기에는, 어린이나 어른과는 다른 시간대에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는 눈이 밝고 힘도 강한 젊은이들이 부족을 보호하기 위해 늦도록 깨어 주변을 경계하는 게 중요’(254쪽)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집단의 생존 차원에서 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254쪽)

아무튼 우리나라의 학교 스케줄은 내 생활 패턴과 맞지 않아서 나는 늘 잠이 부족했다. 십 대들의 예민한 성격은 수면 부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수면이 부족한 십 대는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반면, 본인의 통제력은 약화되고 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지각이 떨어지고, 좌절감을 느낄 경우 화를 낼 가능성이 높고, 슬플 때는 울 가능성이 더 높다.’(256쪽) 아침잠이 많은 자녀를 깨우느라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부모는 인간의 본성, 수면 부족이 뇌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자녀를 바라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나이가 어려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을 촉법소년이라 부른다. 언론에서 언급되는 걸 관심 있게 지켜봐서 그런지, 십 대들의 강력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미성숙해서 그렇다고 치부하기에는 십 대의 범죄가 너무 지능적이고 잔혹하다. 십 대의 뇌가 성인인 될 때까지 성장한다면, 십 대를 판단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경우 십 대들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어디까지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십대의 뇌 성장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