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일깨워 준 <죽음의 수용소에서>

iambob 2021. 12. 10. 01:01

제목 : 죽음의 수용소에서
지은이 : 빅터 프랭클
출판사 : 청아출판사

죽음의 수용소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쓴 리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은 삶의 끈을 놓기 쉽다. 그런 사람에게 딴은 위로한답시고 힘내, 할 수 있어, 잘 될 거야, 같은 말을 건네는데, 과연 그런 말이 그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지 의문이다. 어쭙잖은 위로의 말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므로, 한시라도 빨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학교에 다닐 때는 성적으로, 사회에 나와서는 돈벌이를 잘하는 지로, 은퇴한 뒤로는 자식 농사를 잘 지었는가로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가치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증명하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타인과의 비교는 불행을 낳을 뿐이지만 우리는 끝없이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견주고 얼마나 괜찮게 살고 있는지 가늠한다.

내 삶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엄마 친구 아들이나 딸처럼 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허울뿐인 인생을 좇다가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부유한다.

이 책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전염병이 들끓을 만큼 비위생적이고, 배식이 부실해 영양실조에 걸리기 일쑤며, 매일 노역장에서 시달리고, 어느 때고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환경에서 삶의 의지를 꺾지 않고 살아남았다. 만약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릴 경우, 나라면 그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겠다. 죽느냐 마느냐 선택을 하기도 전에 눈치 없이 행동하다 죽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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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서의 삶과 현재의 삶을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요즘 사람들 역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수용소에서의 삶을 정신 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혹한 운명의 벽 앞에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팁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안개가 걷히듯 내 미래가 명확해지는 건 아니다. 다만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삶에 대한 포커스를 오롯이 나에게 맞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각각의 개인을 구별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런 독자성과 유일성은 인간에 대한 사랑처럼 창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146쪽)

 

내 삶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평생 깨닫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 답이 보잘것없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 삶의 의미가 초라하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내 삶을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고,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거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에 기죽지 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짊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로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 (185쪽)


나는 그동안 그렇게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