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소수에 좌지우지되는 다수

iambob 2025. 1. 16. 15:27

제목 :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지은이 :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출판사 : 어크로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리뷰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경찰은 버스로 국회 출입문에 차 벽을 설치하고 사람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로 모여들었다. 나중에 국회의원 및 출입증을 소지한 사람들에 한해 국회 출입이 허용되긴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힌 몇몇 국회의원은 국회 담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군인을 태운 헬기가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군인과 이를 막으려는 국회 보좌진의 대치가 이어졌다. 무장한 계엄군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후문을 강제로 열어서 국회의사당 내부로 진입했다. 하지만 간신히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한 190명의 의원이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대통령의 탄핵은 불가피해 보였다.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선포하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이유로 든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과 예산 삭감은 계엄선포의 요건과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실패로 끝나자, 정국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야당은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에서 탄핵소추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 가결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300명 중 야당 의원이 192명이었으므로 탄핵 소추 발의는 여당 동의 없이도 통과되었다.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여당에서 최소 8명의 이탈 표가 나와야 했다. 첫 번째 탄핵소추안은 여당 의원 105명이 불참하며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원 전원 출석에 204표의 찬성표가 나오면서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한국갤럽이 작년 12월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5%, 반대는 21%였다. 올해 1월 7~9일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64%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 비율이 줄긴 했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탄핵을 바란다는 걸 여론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비상계엄 실패 후 여당이 보인 태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여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걸 반대했고,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비상계엄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렸으며,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그대로 퍼뜨렸다. 여당은 어째서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을 두둔하고 편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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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은 정당이 민주주의에 등을 돌리게 만든다. 정당이 두려움을 느낄 때, 즉 앞으로 다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 하나의 선거를 넘어서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두려워할 때, 패배를 받아들이기는 더 힘들어진다. 정치인들이 패배를 지지 기반에 대한 존재적 위협으로 느낄 때, 그들은 권력 이양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38~39쪽)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권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더 중요하게는 기존의 지배적인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러한 힘으로 작용한다. (52쪽)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함께 손을 잡기까지 한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당을 분열시키거나 이로 인해 지지 기반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 정치적으로 묵인한다. 그들은 공식적인 차원에서 극단주의자와 거리를 두지만, 암묵적으로 협력하고 그들의 지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또한 반민주적인 행동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다른 진영의 유사한(혹은 더 심각한) 행동으로 여론의 화살을 돌림으로써 비난을 피하거나, 혹은 그러한 행동을 묵인하거나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 이념적인 경쟁자와의 협력을 거부한다. (65~68쪽)

이런 이유로 여당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미국의 선거 및 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소수가 어떻게 다수를 좌지우지하는지 알 수 있다. 여당은 야당에 비해서 소수이다. 야당이 국회 의석수의 2/3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은 탄핵 소추안이나 재표결에 붙여진 여러 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견 여당이 거대 야당의 독주를 막는 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다수결주의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당은 다수의 생각에 반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대통령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러자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없고,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수사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관할권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는 주장을 펼쳤다. #연합뉴스


헌법과 법률이 아무리 잘 설계되었다고 해도 애매모호한 부분과 잠재적인 허점이 존재하고, 다양한 해석에 열려 있으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그리고 다양한 강도로) 집행될 수 있다. 정치인은 바로 이러한 애매모호함을 이용해서 법을 제정한 목적 자체를 왜곡하고 뒤집을 수 있다. (77쪽) 대통령이나 총리가 중범죄를 저지를 때, 민주주의는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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