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군주론
지은이 : 니콜로 마키아벨리
출판사 : 현대지성
<군주론> 리뷰
군주론은 설득하는 글이다. 마키아벨리는 읽는 이에게 군주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글을 군주에게 바치며 우선 군주국의 종류에 관해 설명한다. 군주라면 자기가 다스리는 나라가 어떤 군주국에 속하는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어떤 군주국이냐에 따라 통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군주가 점령지를 병합해서 이루어진 나라라면. 마키아벨리는 그러한 나라를 혼합 군주국이라 불렀다. 점령지의 언어, 관습, 제도가 지배국과 다를 때 군주는 점령지의 우두머리이자 보호자가 되어야 하고, 그 지역 강한 자들의 힘을 빼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혹시라도 자기만큼 강한 이방인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27쪽)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기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하다. 군대에는 봉급을 받고 병력에 복무하는 용병, 군주를 돕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온 지원 군대, 일부는 용병, 일부는 자국민으로 이루어진 혼합 군대, 자국민만으로 구성된 자국 군대가 있다. 마키아벨리는 자국 군대를 제외하고 다 무익한 군대라고 말한다. 군주는 자신의 힘으로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나라를 가졌는지, 아니면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79쪽) 그런데 자국 군대를 갖지 않고서는 어떤 군주국도 안전하지 않고, 역경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역량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행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05쪽)
앞서 마키아벨리가 군주의 외적인 요인을 살펴봤다면 이제 그의 시선은 내부로 향한다. 명성을 유지하려고 자신의 재원을 쏟아붓는 군주는 가난에 허덕이게 된다. 그런 군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데, 그러다 보면 백성에게 증오를 받기 시작하고 점점 가난해져서 누구에게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군주는 인색하다는 평판을 받더라도 증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13쪽~114쪽, 117쪽) 군주는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군주가 혜택을 주는 동안에는 군주의 편을 들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등을 돌린다.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 유지되므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낫다. (119쪽~120쪽)
군주는 자비롭고 신의가 두텁고 인간적이고 정직하고 경건해야 한다. 군주가 이러한 자질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군주는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는 거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군주는 착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모든 기준을 따를 수 없다. 나라를 유지하려면 종종 신의, 자비로움, 인간애, 경건함과 반대로 행동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군주의 실제 모습은 소수만 느낄 수 있고, 사람들은 군주의 행위에 대해서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군주는 앞에서 열거한 자질로 가득한 말이 아니라면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127쪽~129쪽)
군주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환대해야 하고, 사람들이 자기 일을 평온하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 빼앗길까 봐 재산을 늘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금을 많이 낼까 봐 걱정한 나머지 새로운 거래를 주저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157쪽) 또한 군주는 능력 있고 충성스러운 관리를 선출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구체적인 사례는 그의 주장에 신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마키아벨리는 때에 따라 직언도 서슴지 않는데, 아무리 마음에서 우러난 충언이라 할지라도 이는 읽는 이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군주들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주장을 새겨듣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속 사건들은 마키아벨리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마키아벨리가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그의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갖는 역사적 의의, 논쟁거리는 차치하더라도 이 글은 설득하는 글로써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 글은 타깃이 명확하다. <군주론>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위해 이 글을 썼다. <군주론>은 목적이 명확하고 의도가 분명하다. 이런 유의 글은 모든 독자를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 어차피 모든 독자를 고려해서 쓴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설득하는 글 자체로만 본다면 <군주론>은 좋은 글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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