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댄서

iambob 2020. 1. 9. 20:46

 

댄서

 

 

  • 제목 : 댄서
  • 감독 : 스티븐 캔터
  • 주연 : 세르게이 폴루닌

1

가난한 가정에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떨까. 내가 가난한 부모라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거 같다. 특출난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설 것이다. 들어오는 돈은 빤한데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교육비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막막한 마음이 앞설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한 건가. 가난 때문에 꿈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도 안타깝지만, 그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도 만만찮게 괴로울 것이다.

2

가난은 세르게이 가족을 해체시킨다. 가족들은 발레에 소질을 보이는 세르게이의 학비를 벌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가족이라도 오랜만에 만나면 서먹할 때가 있다. 세르게이의 가족들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 걸까. 영화만 보고 세르게이 부모의 속사정을 알 수는 없다―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그의 부모는 이혼을 한다. 로열 발레 학교에서 부모님의 이혼소식을 접한 세르게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그에게 성공해 대한 압박감을 주었다. 하지만 발레를 해야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 원동력이 사라지자 그는 방황한다.

3

세르게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발레를 시작했다. 시작은 그러했지만, 어린 세르게이는 춤을 출 때 참 행복해 보인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모든 게 행복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는 발레리노로 성공해야만 했다. 세르게이는 자신이 성공해야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발레 연습을 한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춤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발레 학교의 고된 트레이닝을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노력과 재능이 빛을 발해, 그는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로 발탁된다. 발레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거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한다.

4

아무튼. 그 뒤로 세르게이는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그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발레단에서 쉴 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그의 열정은 빠르게 소모된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삶의 목표가 사라지다 보니, 발레를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결국 그는 로열 발레단을 박차고 나오기에 이른다. 행복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관둬야할까, 계속해야 할까. 그동안 쌓아 놓은 커리어를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하는 매일매일이 고역일 거 같기도 하다.

5

인생은 얘기치 않게 흘러간다. 발레 인생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촬영한 유튜브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르게이는 ‘슈가맨’처럼 다시 현실로 소환된다. 앞으로 그는 자신을 짓누르는 모든 압박감에서 벗어나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몸과 마음이 즐거운 발레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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