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기 나이트

iambob 2020. 1. 6. 02:02
  • 제목 : 부기 나이트
  •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 출연 : 마크 월버그, 줄리안 무어, 버트 레이놀즈 등

 

부기 나이트

 


1

누구나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어줄 재능 하나쯤 가지고 있다... 고 믿고 싶다. 안타깝게도, 나는 여전히 그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에디 아담스’의 재능은 성기 사이즈가 남다르다는 거다. 학교를 중퇴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에디는 포르노 영화감독 ‘잭 호너’의 눈에 띄어 포르노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에디는 자신의 재능이 심상치 않다는 걸 일찍이 깨닫고 신체적 이점을 활용한 부업을 겸하고 있었는데, 잭이 재야의 무림고수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이소룡을 동경하던 소년은 ‘덕 디글러’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일약 포르노 업계의 슈퍼스타로 급부상한다. 큰 성기가 재능인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자신의 성기 크기에 만족 못해서 확대 수술을 받는 남자들까지 있으니, 어찌 보면 대단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

잭은 필름 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에디는 비록 포르노 영화일지라도 그 속에서 액션배우로서의 꿈을 실현한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날 수는 없는 법. 시간이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면서 미디어 환경이 변한다. 비디오 산업이 확산되면서 포르노 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승승장구하던 에디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그는 마약에 손을 대면서 발기 부전에 시달리게 되는데, 때마침 포스트 덕 디글러를 꿈꾸는 신인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자 자신의 입지가 약해지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던 와중에 잭과의 불화로 영화판을 떠나게 되고 그 뒤로 그의 인생은 뒤죽박죽,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잭은 나름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던 영화 스타일과는 다른 영상물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낀다. 인생의 밑바닥을 찍은 에디는 심기일전하기 위해 잭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둘은 의기투합해서 다시 영화를 찍게 된다.

 

우리는 가족의 행복, 이루고 싶은 꿈, 사회적 성공 등과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살아간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 항상 순탄할 수만은 없다. 위기는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오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앞에서 좌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에디 외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생의 쓴 맛을 맛본다. 끝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인물도 있지만,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새로운 삶을 사는 인물도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것은, 에디의 성기는 얼마나 클까, 라는 거였다. 에디의 성기를 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경이로운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짓는다. 얼마나 크면 그런 표정을 지을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답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 에디가 촬영 현장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자신의 성기 상태를 체크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감추지 않고 대놓고 보여주면 전혀 외설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장면이 그렇다. 뭔가 대단한 걸 꺼내놓았지만 야하지 않고,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디의 성기를 본 내 소감은, 길지만 굵진 않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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