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택트] 다른 행성에도 사람이 살까요?

iambob 2022. 12. 5. 10:37

제목 : 콘택트 (1997)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 조디 포스터(앨리너 역), 매튜 맥커너히(팔머 역)



내 멋대로 쓴 <콘택트> 리뷰

앨리너  
다른 행성에도 사람이 살까요?


아빠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다.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일 것 같구나.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10¹¹×10¹¹=10²²개나 된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14, 41쪽)

우주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있다. 많고 많은 별 중에 지적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지구뿐이라면 앨리너의 아빠 말마따나 엄청난 공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우주에 그렇게 많은 별이 있다면, 우주 어딘가 인간과 생김새는 달라도 비슷한 또는 더 뛰어난 지적 수준을 갖춘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고 합리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평범한 나는 한 번도 지구 밖 생명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영화나 책을 봐도 그때뿐이다. 호기심이 동기 부여가 되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면 좋았으련만, 애초에 나는 공부와 담을 쌓은 사람인지라, <콘택트> 같은 영화를 봤다고 천문학에 호기심을 가졌을 리 없다. 하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우주에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질 것이다. 앞으로 알아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일 테니까. 그리고 외계인을 가십거리 정도로 소비했던 나와 달리, 그들은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엘리너는 어릴 적부터 무전을 쳐서 누군가와 교신하는 걸 좋아했다. 그랬던 앨리너는 커서 과학자가 되었고 이제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일에 매진한다. 아빠의 말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그녀는 외계인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를 잡아야 외계인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 텐데, 허구한 날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전파망원경 옆에서 헤드폰을 끼고 들어봐도 기다리던 신호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그녀는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수신하는 데 성공한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던 앨리너의 집착이 외계인의 발견으로 이어지자 세상은 떠들썩해진다. 정부는 외계인이 지구로 신호를 보낸 의도를 파악하는 동시에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두고 고심한다. 한편 과학자들은 외계인이 보낸 신호가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 패턴을 영상으로 변환했더니 공교롭게도 1936년 독일 올림픽 개막식 장면이 나타났다. 그 당시 독일이 자국의 우수한 과학 기술을 뽐내기 위해 지구 밖으로 송신했던 TV 신호는 빛의 속도로 26년을 날아가 베가라는 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외계인은 영상에 암호를 넣어 다시 신호를 보냈고 앨리너는 그 신호를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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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신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파 신호는 일정 수준의 지능을 갖춘 생물이 만든 것이다. 주로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국을 운영하는 사람들 말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14, 203쪽)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파 신호는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믿고 신의 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기 위해 전파 망원경 주변으로 모여든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는 앨리너로선 사람들의 그런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

히틀러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외계인이 아무 이유 없이 지구로 보냈을 리 없다. 앨리너는 영상 속 숨은 의미를 찾아야만 했고 결국 답을 찾아낸다. 그 영상에는 우주선으로 추정되는 설계 도면이 숨겨져 있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각국 정부는 어쨌든 힘을 합쳐 우주선을 만들기로 한다.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은 단 한 장. 앨리너는 우여곡절 끝에 우주선에 탑승할 기회를 잡는다.

작동원리가 베일에 가려 있던 우주선은 웜홀을 통해 탑승자를 다른 공간으로 보내준다. 앨리너는 우주선을 타고 18시간 동안 외계 행성에 갔다 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체감한 시간은 너무 짧았다. 우주선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거대한 링 한 가운데를 통과해 그대로 바다 위에 떨어진 게 다였다. 우주선이 회전하는 링을 통과하면 뿅 하고 사라지는 그런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앨리너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는다. 그런데 그녀는 웜홀을 통해 다른 별에 갔다 온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다. 앨리너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과학을 신봉하는 그녀였지만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들면 그녀의 경험은 거짓이 되고 만다. 그녀의 경험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신념을 저버려야 한다. 그녀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신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그런 앨리너가 앞으로도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을까. 세상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