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악마와 함께 춤을
지은이 : 크리스타 K. 토마슨
출판사 : 흐름출판
<악마와 함께 춤을> 리뷰
우리는 평생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산다. 그런데 항상 좋은 감정만 느끼며 사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기쁘고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화가 나고 슬플 때도 있다. 우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사랑하는데 시기하거나 질투하고 행복한데 불안함을 느낀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우리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엄마한테 혼이나 울고 있던 조카에게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이 난다고 실없는 농담을 던졌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던 것처럼. 감정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얄미운 사람이 잘 나가는 꼴을 보면 눈꼴사납고 밤늦게까지 윗집에서 쿵쾅거리면 분노가 치민다.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허다한 요즘. 부정적인 감정은 가만히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적절히 다스려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결책은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결책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은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므로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의 전환을 통해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해도 좀처럼 나쁜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나만 잘못된 건가. 아니면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건국의 아버지였던 간디는 육체적 감각이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감각이 둔해지면 감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간디는 익히지 않고 양념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으며, 더 나아가 단식을 강행했다. 음식을 쾌락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과 신체를 통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육체적 감각은 덧없는 것이므로 간디는 그저 참는 방법을 택했다. (57쪽)
불교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은 자아라는 망상에 빠진 사람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직장 동료가 나를 헐뜯어 화가 나는 건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지만, 불교에서는 모욕당할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애초에 자아가 존재한다고 믿기에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불교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가하는 해는 내 전생의 행위가 만들어 낸 것’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이와 같은 전략은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를 완전히 깨달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질 것이다. (109쪽~110쪽)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없앨 수 없었던 건 간디만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지금의 고통이 전생의 업보와 관련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인과 현자는 오랜 고행과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마침내 감정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에 비해 해결책이 제공하는 방법은 다소 가볍다. 죽을 둥 살 둥 노력을 기울여도 깨달음을 얻을까 말까 한데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쓰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질 리 만무하다. 우리는 그동안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믿으며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없앨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한 이유는 그 감정을 그대로 두면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까 봐, 그 감정이 우리를 집어삼킬까 봐 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또 두려움의 일부는 부정적인 감정이 초래할 피해를 생각하는 데서 비롯한다. (122쪽)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하려고 드는 이유는 나쁜 감정이 나쁜 평판을 받고 있고, 나쁜 감정을 느끼면 고통스러우며, 우리가 나쁜 감정을 느낄 때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124쪽~125쪽)
성인과 현자가 아닌 이상 감정을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힘겨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악마와 함께 춤을>의 저자는 나쁜 감정을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상황에서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쁜 감정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세상을 충분히 인간적으로 살아간다면 마음이 항상 평온하고 평화로울 수 없다. 그건 순수함을 바라는 것이다. 순수하지 않은 채 잘 살아간다는 건 이 세상에 부대끼며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적 경험을 엄청나게 많이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걸 의미한다. 감정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때로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우리를 압도한다. 삶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감정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266쪽) 그러니 안 되는 일을 가지고 구태여 스트레스받으며 애쓰지 말고, 그냥 느끼는 법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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