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iambob 2025. 7. 7. 09:00

제목 : 모순
지은이 : 양귀자
출판사 : 쓰다


 


<모순> 리뷰


‘안진진’의 집안은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만큼 사건과 사고가 잦다. 달리 말하면 속이 시끄러운 집이다. 가족들의 면면을 살펴볼까. 가슴속에 뜨거운 낭만을 품고 있었던 아버지는 가출한 뒤 생사가 불분명하다. 어머니는 남편을 잘못 만난 죄로 갖은 고생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았다. 동생 ‘진모’는 <대부>의 말론 브랜도와 <모래시계>의 최민수를 동경하는 동네 양아치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진진은 두 남자를 놓고 마음속으로 열심히 저울질하는 중이다. 가족들 개개인은 무탈한 삶과 거리가 먼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길을 걸어갈 거로 보인다. 


가난, 불행은 끈덕지게 진진의 집안에 달라붙는다. 가난은 진진의 가족을 좀먹었다. 그리고 스멀스멀 밀려드는 불행은 번번이 진진의 가족을 좌절시켰다.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 그들은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가난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하므로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진진의 이모는 여러모로 진진 가족과 비교된다. 진진 입장에서 이모는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모는 결핍이라고는 없는 평탄하기만 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게 이모의 고민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모는 삶이 무료했다. 무덤 속 같은 평온함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모는 가난해도 상관없었다. 이모의 눈에는 진진의 가족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삶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 것처럼 보였다.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두 사람은 얼굴도 같았고, 성격도 같았고, 하다못해 학교 성적까지도 무엇이든 똑같았다. 이들의 삶은 결혼과 동시에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모는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어머니는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듯이 그렇게 달라졌다. (19쪽) 결혼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진진의 어머니가 이모에게 자격지심을 갖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진 역시 부자이면서 부드러운(20쪽) 이모가 엄마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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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미지의 세상을 동경한다. 키가 작은 나는 구척장신이 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가난한 나는 돈 걱정 없는 부자의 삶을 꿈꾼다. 가끔 지금보다 훨씬 똑똑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인간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려는 경향이 있고 타인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을 때 부러움을 느낀다. 그 때문에 나는 돈이든, 재능이든, 나보다 하나라도 나은 걸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진진 입장에서 봤을 때 이모는 여러모로 가진 게 많았다. 반면 진진 가족에게서 부러워할 만한 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런데 이모가 진진네 가족을 부러워하고 있을 줄이야. 진진은 이모가 그럴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진진에게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남자가 있다. 순수하고 낭만적인 ‘김장우’와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나영규’가 바로 그들. 두 남자를 놓고 진진의 마음은 갈팡질팡한다. 김장우는 가난했다. 가뜩이나 가난한데 형편이 어려워진 형을 돕느라 더 가난해졌다. 가난한 진진이 가난한 김장우에게 끌렸던 건 김장우를 보며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진의 아버지는 망나니짓하다 행방불명되었지만 그런데도 진진은 아버지를 애처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영규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보여도 될 만큼 편안한 상대였다. 그런데 나영규는 매사에 너무 계획적이었다. 이게 진진을 숨이 막히게 했다. 


진진은 김장우를 더 사랑했다. 결혼이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 진진은 김장우와 결혼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진진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와 결혼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은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고,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가 없다. 진진이 김장우와 결혼했다면 사랑은 얻었겠지만, 삶이 고단했을 것이다. 나영규와의 결혼 생활은 무덤 속같이 평온할 테지만 지금보다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진진은 진진에게 없었던 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진진의 선택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알 수 없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고, 실수는 되풀이되는 거니까. (295쪽~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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