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 시대

iambob 2025. 9. 29. 11:20

제목 : 사랑의 기술

지은이 : 에리히 프롬

출판사 : 문예출판사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 문예출판사


<사랑의 기술>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의 ‘제이미’는 사랑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다. 제이미는 자신이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가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여자의 80%가 20%의 남자에게 끌린다는 터무니없는 속설을 믿는다. 제이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한다. 제이미의 반에는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가 곤경에 처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곤란한 처지에 있는 아이라면 자기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제이미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그 아이를 위로하는 척 환심을 사려고 한다. 

사랑이 받는 거라면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조건이 충족되어야 자격이 주어지니까. 제이미가 생각한 사랑의 조건은 사람의 겉모습이었다. 그런데 사랑에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단 제이미뿐일까. 많은 걸 포기하고 사는 요즘 젊은 세대도 제이미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청년 중에는 직업, 경제적 여유 등이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장 지향적이고 물질적 성공이 현저한 가치를 지니는 사회에서는 인간의 애정 관계가 상품 및 노동시장을 지배하는 교환 형식과 동일하다. 상대는 사회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보아 바람직해야 하며, 동시에 상대자도 나의 명백한 또는 숨겨진 재산과 능력을 고려한 다음 나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와 같이 자기 자신의 교환 가치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서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최상의 대상을 찾아냈다고 느낄 때에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16쪽) 남자에게 매력 있는 여자 그리고 여자에게 매력 있는 남자는 탐나는 경품이다. ‘매력’은 보통 인기 있고 퍼스낼리티 시장에서 잘 팔리는 품질 좋고 멋진 포장을 의미한다. (15쪽 ~16쪽) 

 

인간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는 사랑도 선택받은 자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의 기술>에서는 사랑이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주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그동안 준다는 것에 대해 물질적인 면이 많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준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 빼앗기는 것, 희생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광범하게 퍼져 있었다. (42쪽) 

그러나 준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인간적인 영역에 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기 자신,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다시 말하면 생명을 준다. 이 말은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자신의 슬픔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의 모든 표현과 현시를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생명을 줌으로써 그는 타인을 풍요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생동감을 고양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을 고양한다. 그는 받으려고 주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주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다. (44쪽 ~ 45쪽)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랑을 하면서 대가를 바라게 되었을까. 그것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무관치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유용한 사물, 유용한 인력과 기술이 모두 상품화된다. 그것들은 시장의 조건하에서 자유로이 공정하게 거래된다. 자본주의는 현대인의 성격 구조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124쪽) 우리의 성격은 교환하고 받아들이고 싸게 팔아버리고 소비하는 데 적합하다. 모든 것은, 물질적 대상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대상도, 교환과 소비의 대상이 된다. (128쪽) 

이 시대의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변질되었는가.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가방을 사 주었으면, 상대방은 나에게 시계를 사 주어야 한다. 어떤 부모는 자식을 소유물로 여긴다. 나에게 되돌아오는 게 없으니,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도 나 몰라라 한다. 그러나, 사랑을 교환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고 결국 갈등이 생긴다. 부모에게는 비이기성, 곧 모든 것을 주면서도 사랑하는 자의 행복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능력(81쪽)이 요구된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형제애를 통해 사람들과의 결합과 인간적 유대와 인간적 일치를 경험해야 한다. 무력한 사람을 동정(76쪽 ~ 77쪽)하는 것은 형제애를 발달시키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무늬만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도나도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에 대해 올바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면 제대로 배워 익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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