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실
지은이 : 조앤 디디온
출판사 : 책읽는수요일

<상실> 리뷰
상실은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겪게 되는 경험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실을 서랍 깊숙이 넣어 두고 먼 훗날에 꺼내어 볼 것처럼 여기곤 한다. 당장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어디에 두었는지 까마득히 잊은. 그러다 예기치 않은 순간 상실이 찾아왔을 때. 우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충격은 더 크다. 상실의 고통이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줄어들 리 만무하지만. 언젠가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도 그랬다. 배를 만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기에 병원에 데리고 갔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병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암이었던 거 같다. 수술을 했지만 경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우리 집 개는 죽고 말았다.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은 더 말해 무엇하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상상조차 하기 싫고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다. <상실>의 저자 ‘조앤 디디온’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 ‘존 그레고리 던’은 갑자기 광범위 관상동맥 혈전을 일으켜 사망했다. 남편이 죽던 날, 그녀와 존은 딸 병문안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저녁을 준비했고, 존은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존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존의 몸은 축 처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 그녀는 존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존은 그녀의 곁을 떠났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고나 할까. 당시 상황이 그랬다. 남편이 죽기 2주 전 딸 ‘퀸타나’가 독감에 걸렸다. 독감은 날로 악화해 열이 40도 가까이 올랐고, 맥박이 분당 150을 넘었으며 탈수 증세가 나타났고 백혈구 수치가 0에 가까웠다. 게다가 독감은 합병증을 일으켰다. 퀸타나의 병세는 날로 위중해졌다. 결국 퀸타나는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리고 5일 뒤 존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딸의 건강 악화로 경황이 없는 차에 남편까지 죽은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조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연말연시를 보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 그녀는 딸 내외를 불러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삶이 순간에 변했다. 평범한 순간에. (10쪽)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은 그동안 그녀가 죽음에 대해, 병에 대해, 확률과 운에 대해, 좋은 운과 나쁜 운에 대해, 결혼과 아이의 기억에 대해, 슬픔에 대해,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방식에 대해, 온전한 정신이라는 게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 삶 자체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들을 모두 흩 (14쪽) 트려 놓았다. 그녀는 평생 작가로 살았다.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단어와 문장과 문단의 리듬에 의미를 두는 감각, 자신이 생각하거나 믿는 무언가를 점점 더 꿰뚫기 어렵게 느껴지는 매끈한 표면 뒤에 감추는 기법을 발달시켰다. (14쪽) 이 이야기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글로 옮기면 됐을 터. 하지만 그녀는 한동안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다. 조앤이 마음을 추스르기까지는 아홉 달 하고 5일이 걸렸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에게 지난날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그러하듯 조앤은 현실을 부정했고, 무기력해졌고, 슬픔에 잠겼고, 어딘가 얼이 빠진 거처럼 지냈다. 그녀는 남편이 죽기 전과 후에 일어난 일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녀의 기억은 왜곡되었고 중간중간 구멍이 뚫린 데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겪은 일을 기록해야 했다. 불가해한 것투성이였던 그때의 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경기에서 진 운동선수는 자신의 경기 영상을 리플레이하며 패배 요인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상실을 경험하게 된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난날을 복기하며 그 이유를 찾는다.
그녀는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상실>을 썼다. 그런데 의도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마음을 치유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존재는 공기와 같아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조앤도 그렇지 않았을까.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하게 되었고 지나온 시간을 글로 쓰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그녀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존이 어느 날 갑자기 허망하게 죽은 게 아니라는 사실도. 존은 오래전부터 심장 마비를 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녀가 애써 외면했을 뿐. 결론적으로 <상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한 글로 시작하여 한 사람을 추모하는 글로 완성되었다. 조앤은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았고 비로소 남편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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