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디 맥베스

iambob 2020. 5. 1. 03:12

제목    레이디 맥베스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출연    플로렌스 퓨(캐서린 役), 나오미 아키(애나 役), 코스모 자비스(세바스찬 役)

 

 

△ <레이디 맥베스> 포스터

 


STORY

모든 것을 금지당한 여자가 서서히 광기에 휩싸이는 이야기.


OPINION

 

1

영화 <조커>를 보면서, 누가 ‘아서 플렉’을 미치게 했을까, 생각했다. 딱히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외면한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그는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레이디 맥베스>의 ‘캐서린’도 처음부터 악녀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편의 냉대와 시아버지의 무시 속에서 그녀는 점점 마음 붙일 곳을 잃어간다.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부재가 길어지자, 그녀는 결국 일꾼인 ‘세바스찬’과 정을 통하게 된다. ‘캐서린’은 ‘세바스찬’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한다. 그리고 그녀는 둘 사이를 훼방 놓는 대상은 죽여 없애서라도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려고 한다.

 

 

△ <레이디 맥베스> 中 한장면

 

 

2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인형처럼 앉아서 온종일 남편을 기다리는 게 고작이라면, 맨정신으로 살 수 없을 거 같다. 여가 생활을 할 수도 없고, 외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마치 창틀 없는 감옥 속에 갇힌 기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캐서린’의 일탈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을 발가벗겨 놓은 채 뒤에서 수음을 하는 남편을 보며 ‘캐서린’의 여자로서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을 것이다. 남편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아내가 도덕적이길 바라는 건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 <레이디 맥베스> 中 한장면

 

 

3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역할에 걸맞은 행동을 강요받을 때가 있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해야 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성인이 해야 할 일, 미성년이 해야 할 일이 구분되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손가락질한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정확히 어느 시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옛날 옷을 입고 있는 거로 봐서 지금보다 옛날인 거 같다.―그 당시 사람들은 ‘캐서린’에게 여자와 아내, 며느리로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것이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도 그렇게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건 또 다른 의미에서 폭력적이다. ‘캐서린’은 자신을 억압하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숨 쉴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4

이 영화에서 제일 안타까운 캐릭터는 하녀 ‘애나’이다. ‘캐서린’의 극악무도한 만행을 목도한 뒤 실어증에 걸리고 나중에는 실어증 때문에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쓴다. 어느 시대나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사회적 약자이다. ‘캐서린’과 ‘세바스찬’은 서로 짜고 남편의 아이까지 죽이기에 이른다. 의사는 아이의 죽음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세바스찬’은 결국 자신과 ‘캐서린’이 아이를 죽였다고 자백한다. ‘캐서린’은 궁지에 몰리자 ‘애나’와 ‘세바스찬’이 공모해서 아이를 죽인 거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사람들은 신분이 낮은 ‘애나’와 ‘세바스찬’ 대신 ‘캐서린’의 말을 믿는다. ‘애나’는 실어증에 걸린 탓에 한마디 변명도 못해보고 누명을 뒤집어쓴다. ‘캐서린’은 사회적 약자이지만, 그녀 또한 신분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 위에 군림하는 아이러니를 범한다. 그건 그렇고 내 별점은.

 

 

△ <레이디 맥베스> 中 한장면

 


RA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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