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터슨

iambob 2020. 5. 21. 02:54

 

△ <패터슨> 포스터

제목    패터슨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패터슨 役), 골쉬프테 파라하니(로라 役)


STORY

‘패터슨’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


OPINION

 

1

작년(2019년)에 인상 깊게 본 드라마를 고르라면 단연 <동백꽃 필 무렵>과 <눈이 부시게>를 꼽겠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마음에 들었고, 주목받지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매우 재미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미혼모와 평범한 이웃들이 연대해서 연쇄살인범에 맞서는 이야기로, 일상의 소중함, 평범한 사람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눈이 부시게>는 시간 여행인 줄로만 알았던 드라마가 알고 봤더니 치매 노인의 환상이었다는 대반전을 안겨 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그동안 평범한 건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내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작년에 본 두 편의 드라마는―지금은 그 당시의 교훈을 잊은 채 살고 있지만―내가 그동안 등한시했던 것들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

평범함은 예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예술 하는 사람들은 영감을 받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예술은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해야 튀어나오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패터슨’에 나오는 시의 소재는 성냥갑, 호박, 비, 맥주 등과 같이 대부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패터슨’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시를 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예술은 거창하지 않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빈’과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들른 세탁소에서 한 남자가 자신만의 운율로 랩 연습을 하는데, 그 형식이 시와 많이 닮았다. 엄마를 기다리는 한 소녀의 시는 학교에서 배운 형식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시를 지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3

밖을 잘 돌아다니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나는 살면서 쌍둥이를 만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패터슨’은 어찌 된 영문인지 매일 쌍둥이를 만난다. 쌍둥이를 만난다는 게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반복된 일상 속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이벤트는 될 거 같다. 나는 쌍둥이들과의 조우가 일상성 속의 비일상성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내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싶고,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고, 원 없이 쇼핑하고 싶기도 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돈, 시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길을 가다가 쌍둥이를 만날 수도 있고, 버스 승객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귀동냥할 수도 있고, 즐겨 찾는 폭포 앞에서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외국인을 만날 수도 있다. 일상에 찾아온 우연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 영화 속 한 장면

 

4

여담이지만 나는 시를 읽지 않는다. 시는 어렵기 때문이다. 왜 시가 어려운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입시 교육 때문인 거 같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고 들었는데, 학교에서 배운 시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었다. 내 멋대로 유추하면 틀린 답을 고르게 된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뒤로 시를 멀리하게 됐다. 그리고 시를 수학 문제 풀 듯이 읽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언젠가 큰맘 먹고 시집 한 권을 산 적이 있는데, 너무 오랜 시간 시와 거리를 두었던 것일까, 그 시집은 내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안겨 주었다. 그건 그렇고 내 별점은.


RA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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