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리뷰

iambob 2020. 8. 21. 18:19

제목    내일을 위한 시간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산드라 役)


 

△ <내일을 위한 시간> 포스터

 


STORY

불합리하게 해고를 당한 산드라가 그 일을 되돌리기 위해 이틀 동안 고생하는 이야기.


OPINION

1

산드라가 다니는 회사 사장이 투표를 진행한다. 선택지는 보너스 1,000유로와 산드라 해고, 단 두 개다.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기로 했고 산드라는 졸지에 실직자 신세가 된다. 투표 과정에서 회사 반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회사 동료와 산드라는 사장을 찾아가 재투표를 요구하고, 사장은 마지못해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산드라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 주말 안에 자신의 복직을 지지해달라고 회사 동료들을 설득해야 한다.


1,000유로는 우리나라 돈으로 14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보너스와 한 사람의 삶의 무게를 놓고 봤을 때,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는 액수다. 이 1,000유로를 가지고 직원들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내보인다. 사정이 있어서, 생활비가 필요해서, 이혼하고 새 출발하는데 쓸 거라 돈을 포기 못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필요한 돈이지만 마음에 걸려서, 옛정을 생각해서 산드라를 돕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재계약을 앞두고 회사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보너스 쪽을 택했던 직원은 산드라를 돕겠다고 하면서도 내심 불안해한다.

 

 

△ <내일을 위한 시간>

 


2

웃긴 건, 원인 제공을 한 사용자는 한발 물러서 있고, 노동자끼리 갈등의 폭을 키운다는 거다. 돌이켜보면 항상 그런 식이었던 거 같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은 손 안 대고 코 풀기에 능수능란하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마치 선심 쓰듯 선의를 베푼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그 선의에는 이상한 조건이 붙는데, 만약 그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약자들은 무엇이 옳은지 알지 못한 채 서로 싸운다. 힘 있는 사람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약자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원하는 걸 손에 넣는다.


애초에 보너스와 직원 해고는 동일 선상에 놓고 저울질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는 마치 민주적인 척 투표의 형식을 빌려, 만약 동료를 해고하지 않으면 보너스를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회사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3

나에게 쉬운 일이 남에게는 너무 어려울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산드라의 남편은 그녀가 일을 그만두면 안 되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그녀가 회사 직원들을 만나볼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산드라는 동료 직원들을 찾아다니는 게 썩 내키지 않는다. 마치 구걸하러 다니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고, 회사 동료들의 동정하는 듯한 태도가 그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과 그럴 수 없다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산드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다. 가족이라고 해도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될 때의 심리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산드라의 남편은 그녀를 사지로 내몬다.

 

4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산드라가 회사 동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자칫 따분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극의 몰입감이 너무 높은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겠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영화는 껄끄러운 부탁을 했을 때 상대방이 나타낼지도 모를 현실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그녀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왠지 내가 긴장됐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쯤, 빨리 이틀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감독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관객도 똑같이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완전 대성공이다. 그건 그렇고 내 별점은.


RATING

★★★★


COMMENT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마저 차갑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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