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 리뷰

iambob 2020. 8. 20. 14:59

제목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조엘 役),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 役)


△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


STORY

기억을 지우자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OPINION

1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사랑이 있는가 하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랑도 있나 보다. 그런 게 어디 사랑뿐이겠냐마는. 영화에서처럼 기억을 지우는 기술이 실제로 등장한다면, 난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왠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거 같다. 사람 보는 눈이 거기서 거긴 지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전에 만났던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만날 거 같다. 비록 그렇게 되리란 법은 없지만, 그러면 또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까. 나는 기억을 지웠는데 상대방이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2

내 방에는 장식용처럼 세워둔 기타가 하나 있다. 취미 생활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저렴한 거로 구매했다. 식구들은 쓸데없는 걸 샀다며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주법과 코드 몇 개를 익혔고,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 오셨네’를 서툴게나마 칠 수 있게 되었다. ‘산타할아버지’를 꽤 오랜 시간 연습했다.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계속된 연습으로 손가락에 쥐가 났고, 똑같은 곡을 반복해서 듣던 가족의 짜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눈치도 보이고 재미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기타 연습을 그만뒀다. 지금은 가끔 조카가 방문했을 때,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떤 물건에 대한 기억 또는 추억은 여러 기억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완성된다. 내 머릿속에서 기타에 대한 기억을 지워도, 기타에 대해 가졌던 감정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서, 기타를 볼 때마다 뭔가 개운하지 못한 기분이 들 것 같다.


3

좋든 싫든 기억이 쌓이고 쌓이면 역사가 된다. 기억을 지운다는 건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라쿠나사에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도 똑같이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뭔가 미래지향적인 장치를 머리에 쓰고 조엘이 잠이 들자 엔지니어는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기억만 쏙쏙 찾아내 삭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조엘의 무의식이 클레멘타인의 기억이 사라지는 걸 거부한다. 그리고 그의 무의식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기억의 조각 속에 그녀를 숨기려고 애쓴다.


삶이 항상 행복하지는 않다. 그저 그런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또는 행복했던 순간이 더 빛나 보이는 게 아닐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꼴도 보기 싫어서 그 또는 그녀와 함께했던 기억을 송두리째 드러내고 싶어도 그것 또한 내 역사의 일부다. 그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있는 법이다.

 

4

<무드 인디고>에 비하면 <이터널 선샤인>은 점잖은 영화에 속한다. 솔직히 <무드 인디고>는 좀 기괴하고 정신없는 영화였다. 그에 비해 <이터널 선샤인>은 장르가 로맨스인데 SF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고, 영화적 상상력도 돋보이는 영화였다. 조엘의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이 사라져 가는 방식을 묘사하는 방식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또 평소에 우울한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지, 영화 첫 부분과 엔딩 크레디트에 흘러나왔던 ‘Beck’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은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 정도로 듣기 참 좋았다. 그건 그렇고 내 별점은.

 


RATING

★★★★


COMMENT

기억을 지워도 감정의 잔상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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