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소공녀>

iambob 2020. 9. 4. 10:36

제목   소공녀(2017)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미소 役), 안재홍(한솔 役)


 

△ <소공녀> 포스터

 


STORY

위스키와 담배를 포기할 수 없어, 차라리 집을 포기하기로 한 미소에 대한 이야기.


OPINION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1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친구를 만나면 부동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느 동네 무슨 아파트는 가격이 얼마고, 어디가 재건축이 추진 중이고,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나아갈 바에 대해 만날 때마다 한다. 집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처음에는 다른 이야기로 시작했다가도 어느샌가 대화의 주제는 도돌이표처럼 부동산으로 옮겨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다. 부동산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개발 호재나, 정부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집값은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다.

 

2

미소는 그날그날 일해서 번 돈으로 집세를 내고 위스키 한 잔을 사 마시고 담배도 태운다. 더 바랄 것도 없다. 딱 그 정도만 누리며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매일 피우던 담배에 세금이 붙어 가격이 껑충 뛴 것도 모자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스키 가격마저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 미소는 어떤 고정비를 줄일까 고민하다 결국 살고 있던 집의 방을 빼기로 한다. 자발적으로 노숙자의 길로 들어선 미소는 대학 시절 같이 밴드 활동을 했던 멤버들을 찾아가 며칠만 재워달라고 부탁한다.

 

3

미소의 부탁에 한 친구는 부담스러워한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또 다른 친구는 흔쾌히 남는 방을 내어준다. 하지만 고단한 삶에 찌든 친구에게 짐을 지우는 것 같아 차마 오래 머무를 수 없다. 후배의 상황은 안쓰럽다. 결혼하려고 대출받아 집을 샀는데, 아내와 이혼하게 됐고, 자신에게는 집과 대출금만 남았는데, 그마저 월급의 대부분을 대출금 갚는 데 써야 한단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선배는 노총각이다. 선배의 부모님은 아들이 빨리 결혼하길 바란다. 선배는 노골적으로 미소에게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자신과 결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아무리 가진 게 없다지만, 미소는 자신의 취향까지 포기할 수 없다. 여자 선배는 부자다. 그 선배는 방이 남아돈다며, 얼마든지 묵다 가라 말한다. 하지만 선배 남편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선배 눈에 나는 행동을 했고, 결국 집을 나오게 된다.

 

4

미소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옷을 겹겹이 껴입는다. 보일러를 트는 순간 최소한의 호사마저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얼어 죽게 생겼는데, 그런 호사가 무슨 대수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하루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가 미소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일상이다. 가진 게 없다고 소소한 행복조차 누릴 자격이 없는 건 아니다.

 

더는 얹혀살 집이 없자, 미소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미소가 가진 돈으로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공인중개사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집은 계단을 쉼 없이 걸어 올라가야 하고, 좁고, 빛이 들지 않으며, 벽에 곰팡이가 슬었고, 창문을 열면 옆집 남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곳뿐이다. 과연 이런 곳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5

미소는 허투루 살지 않는다. 그녀는 프로페셔널한 가사도우미다. 요리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녀가 행하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지만, 그렇게 벌어서는 미친 듯이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

 

집은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집을 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가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그렇다고 집을 안 사자니 찝찝하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 거 같다. 너나 할 거 없이 부동산에 혈안이 된 현 상황을 보면, 정작 중요한 뭔가를 놓치며 사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