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금기에 대한 색다른 해석

iambob 2020. 9. 12. 14:09

제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노에미 멜랑(마리안느 ), 아델 에넬(엘로이즈 )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포스터


STORY

화가와 모델로 만나게 된 마리안느엘로이즈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OPINION

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그랬고, 이 영화 역시, 서로 사랑을 나누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더 애틋한 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어렵다. 하물며 그게 동성 간의 사랑이라면 더욱더. ‘마리안느엘로이즈는 꽤 오래 탐색의 시간을 가진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방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확실치 않고, ‘엘로이즈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무턱대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을 허비한 둘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불같은 사랑을 나눈다.

 

2

문화센터에서 인물화 그리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 얼굴을 그리는 데도 공식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러나 초상화를 그릴 때, 공식 못지않게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도 중요하지 않을까. ‘마리안느는 최대한 엘로이즈와 닮은 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자신의 초상화를 본 엘로이즈는 그림에 생명력과 존재감이 없다는 뼈 때리는 말로 마리안느에게 충격을 준다. ‘마리안느엘로이즈의 말을 듣고는 그동안 규칙, 관습, 이념에 사로잡혀 엘로이즈라는 한 인간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주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옛날이야기를 보면 금기가 많이 등장한다. 옛날이야기 속 금기는 주로 교육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데, 터부시 되는 행동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은연중 듣는 이에게 주입한다.

 

이 영화에는 마리안느’, ‘엘로이즈’, 하녀 소피가 오르페우스 신화를 읽는 장면이 나온다. 오르페우스 신화에도 당연히 금기가 나온다. ‘마리안느엘로이즈는 그들의 사랑 역시 끝내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신화를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셋은 오르페우스가 다 된 밥에 재 뿌린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결국 오르페우스가 저승을 벗어나기 전 뒤를 돌아본 이유가, 죽은 에우리디케를 기억하려는 의도였을 거라고 결론짓는다..

 

마리안느엘로이즈의 사랑은 여러모로 금기에 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오르페우스 신화를 색다르게 해석함으로써 그들은 그들의 사랑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문학이라는 게 읽는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