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열정적인 삶

iambob 2026. 2. 27. 10:42

제목 : 스토너

지은이 : 존 윌리엄스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스토너 / 존 윌리엄스 / 알에이치코리아


<스토너> 리뷰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소설 <스토너>는 다소 맹숭맹숭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윌리엄 스토너’라는 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스토너의 청년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토너는 학문과는 거리가 먼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스토너가 대학에 가서 농업 기술을 배우길 바랐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그는 미주리 대학의 농과대학에 입학했고, 가족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학업에 충실했다. 스토너의 운명은 아버지의 운명과 같은 길을 걷게 될 터였다. 하지만 2학년 1학기에 교양 필수 과목으로 들었던 영문학 개론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스토너는 운명처럼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후 스토너는 전공을 바꾸고 학자로서의 생을 살았다. 또한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수로 자리 잡기 전이었지만 결혼해서 가정도 이루었다. 예쁜 딸을 낳았고, 큰 집으로 이사도 했다. 스토너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냈다. 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던 그는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오래도록 교단에 머무르고 싶었다. 정년까지 일할 생각이었고 정년 연장 옵션도 사용할 참이었다. 하지만 건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정년을 앞두고 그는 암을 선고받았다. 암세포는 어떻게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퍼졌다. 뜨겁게 타오르던 스토너의 열정은 그렇게 사그라들고 말았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스토너와 비슷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열심히 일하다가 정년퇴직하고, 노년의 삶을 살다가 숨을 거두는. 건강 관리를 잘한다면 스토너처럼 암에 걸리는 일은 없을 테지. 운이 나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삶이라 할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굴곡이 있고 파란도 있기 마련이다. 스토너의 결혼 생활은 실패로 돌아갔다. 스토너는 ‘이디스 엘레인 보스트윅’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는 그녀와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스토너와 이디스는 살아온 환경, 가치관, 교육관이 너무 달랐다. 두 사람은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스토너는 이디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동적인 자세는 부부 사이의 갈등을 악화시켰고. 

스토너는 이디스의 히스테리로부터 딸 ‘그레이스’를 지켜주지 못했다. 조용하고 명랑하며 똑똑했던 그레이스는 성인이 된 뒤 현실에서 도피하듯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 이디스와 스토너는 그레이스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영향으로 그레이스의 삶은 공허해졌고, 그레이스는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스토너는 딸이 망가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토너는 마음씨가 대쪽 같았다. 그래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갔다. 이런 성미가 사회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됐을 리 만무했다. 스토너는 학과장에게 밉보였다. 학과장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던 학생에게 낙제점을 준 게 시발점이었다. 스토너가 보기에 그 학생은 자격 미달이었다. 학과장이 그 학생을 좋게 본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일로 스토너는 교단을 떠나는 날까지 학과장의 갑질에 시달려야 했다.


이디스와 학과장이 스토너의 삶을 메마르게 했다면 그레이스와 ‘캐서린 드리스콜’은 메마른 스토너의 삶에 한줄기 단비가 되어 주었다. 이디스의 무관심과 회피로 스토너는 독박 육아를 해야 했다. 육아하랴 강의 준비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그레이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스토너에게 행복과 기쁨을 안겨 주었다. 캐서린은 스토너의 죽어 있던 연애 세포를 깨워 주었다.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272쪽)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8쪽~9쪽)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스토너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조차 온전히 열정을 바쳤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詩)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353쪽)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평범하고 맹숭맹숭해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누가 그들의 삶에 돌을 던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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