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물리적 힘
지은이 : 헨리 페트로스키
출판사 : 서해문집

<물리적 힘> 리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여전히 기억하는 공식. ‘F=ma’ 물리 시간에 배운 것으로 힘은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것과 같다(35쪽)는 뜻이다. 학기 초에 배웠던 거고 워낙 유명한 공식이라서 뇌리에 박혔나 보다. 당시 나는 물리 선생님이 칠판에 이 공식을 쓰고 힘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한 공식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과학 시간이 따분했다. 그전까지는 마치 과학자라도 된 것처럼 알코올램프에 불도 붙여 보고 메스로 개구리의 배도 가르고 했는데 고등학생이 된 뒤로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만 들어야 했다.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공식을 달달 외워야 하는 과학은 나의 흥미를 반감했다.
선생님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한국의 교육 제도가 문제였던 것이겠지.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거창한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과학을 좀 더 알기 쉽게 가르칠 방법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여러 힘을 느낀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내 손에서 벗어난다면. 어김없이 얼굴로 떨어질 것이다. 알루미늄 캔 윗부분에 달린 고리 밑에 손가락 끝을 밀어 넣고 위로 들어 올리는 이 하찮아 보이는 일에도 힘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똑딱이 볼펜 끝에 달린 버튼을 누르지만, 버튼을 천천히 누르면서 주의를 기울이면 용수철이 엄지손가락을 되미는 힘을 느낄 수 있다. (240쪽)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힘은 물리적 힘과 연관되어 있다. 선생님이 그런 사례를 들어 수업을 진행했더라면 물리가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방정식은 보편적인 개념을 최소한의 문자를 통해 전달(35쪽)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방정식이 없어도 힘과 운동을 충분히 이해(35쪽)할 수 있다. 1887년 공학자 벤저민 베이커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근처의 포스강 하구에서 건설 중이던 강철 외팔보 철도교의 새로운 구조적 설계를 ‘인간 외팔보’ 모형을 사용해서 설명했다. (307쪽)
그 살아 있는 모형은 세 남자와 의자 2개, 목제 지주 4개, 벽돌 운반대 2개, 그네용 좌석 1개, 그리고 그네의 요소들을 연결하는 밧줄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 남자는 의자에 똑바로 앉아 목제 지주 2개의 위쪽을 붙잡았는데, 지주 아래쪽에는 의자 좌석 가장자리에 끼울 수 있게 홈이 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 양쪽에 생겨난 삼각형 배치는 다리 구조 중에서 브리지 타워에서 대칭을 이루어 외팔보 형태로 뻗어 나온 부분을 나타냈다. 안쪽 지주들의 꼭대기에는 그네 좌석의 양 옆면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네 좌석은 다리 경간 중에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중심 부분을 나타냈다. 남자의 다른 팔과 지주로 이루어진 바깥쪽 외팔보는 각각 벽돌 운반대에 묶여 있었고, 벽돌 운반대는 공중에 매달린 그네 좌석과 거기에 앉은 남자의 무게 중 절반과 균형을 이루는 평형추 역할을 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의인화 모형을 통해 모형의 각 부분이 다리에서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었고 (306쪽) 이 구조에 작용하는 힘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포스교

공학은 작은 부품에서부터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활용되며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이 공학보다 우월하고 공학을 과학의 하위 분야로 간주하는 통념이 있다. 공학자인 저자로서는 좀 떨떠름했을 듯. 산업 혁명 때 일어난 혁신들은 순전히 과학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과학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영감을 제공하고 그 한계를 지적했을 수는 있지만, 곧 공학이라는 실용적인 형태의 지식과 지성과 과정이 나타나 (190쪽 ~191쪽) 과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과학은 자연 현상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학문이지만 공학은 과학을 통해 발견하고 이해하게 된 자연 원리를 인간을 위해 응용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원자핵들끼리 반응을 통하여 질량이 사라지면, 그 질량은 에너지로 변한다.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없어진 질량 곱하기 빛 속도의 제곱이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원리이다. 하지만 원자로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 에너지를 이용해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을 움직이고 전기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공학자의 몫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니 대학교들은 앞다퉈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모셔가려는 대학들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등교 시간에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내 기분은 한껏 들떠 있었으니까. 그때 대학교 강당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성적이 되거든 자기네 학교에 오라는 것이었을 테지. <물리적 힘>도 미래의 공학자들에게 손짓한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힘들로 우리의 흥미를 돋운 다음, 공학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학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공학자만 힘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는 늘 접촉하는 모든 것에 힘과 운동을 가하고 그 효과를 되돌려받(173쪽)으며 살고 있으니까. 우리는 힘을 통해 해를 입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하며 즐거움을 얻을 때도 있다. (173쪽) 힘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하루 종일 붙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니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어린 시절 밖에 나가 신나게 뛰어놀았던 때처럼 힘을 가지고 놀면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즐거움(174쪽)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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