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고찰하다.

iambob 2026. 4. 21. 13:46

제목 : 사진에 관하여

지은이 : 수전 손택

출판사 : 이후


사진에 관하여 / 수전 손택 / 이후


<사진에 관하여> 리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가 꼭 필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사진을 찍는 행위는 고상한 취미로 간주했다. 취미 생활에 비용이 발생하면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메라가 탑재된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카메라의 위상은 예전과 달라졌다. 카메라가 휴대전화 속 하나의 기능으로 전락한 것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는 카메라에 비해 보급률이 월등히 높다. 사람들은 카메라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휴대전화 없이는 살 수 없다. 사진 찍기는 더는 카메라를 가진 자들만의 고유한 활동이 아니다. 누구나 휴대전화로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특별한 순간에만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진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길을 걷다가 벚꽃이 활짝 핀 걸 보면 나는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 둔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 앱을 켠다. 그리고 이리저리 휴대전화 위치를 바꿔가며 촬영 버튼을 터치한다. 나는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내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행동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사진 찍기도 마찬가지.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것을 우리 머릿속에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17쪽)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했던가. 요즘 사람들은 경험했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나 또한 보기에 좋은 것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포착된 경험이며, 카메라는 이처럼 경험을 포착해 두려는 심리를 가장 이상적으로 이뤄주는 의식의 도구이다. (18쪽) 사진은 피사체를 상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 (34쪽) 


화려하고 환상적인 창가 장식, 상점 간판, 회전목마, 장식이 달린 현관, 기이한 문고리, 연철로 된 창살, 허물어진 집의 겉모습 등에서 아름다움(122쪽)을 찾는 사진은 초현실주의적이다. 초현실주의라는 명칭은 1924년에 현실 그 자체보다 더 현실적인 어떤 것을 창조하려는 젊은 미술가들의 열망을 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예술은 완전히 깨어 있는 이성에 의해서는 결코 생산될 수 없다고 초현실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들은 이성이 과학을 가능케 했다는 것은 인정하나 비(非) 이성만이 우리들에게 예술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마음 속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정신 상태를 열망했다. 그들은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계획할 수 없지만 그 작품이 자유롭게 자라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그 결과 우리는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볼 때 괴기스럽고 기묘한 꿈을 꾸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서양미술사, E.H. 곰브리치, 예경, 456쪽~457쪽)

음침한 공장 건물과 광고판으로 뒤덮인 거리도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면 교회나 전원 풍경만큼 아름다워 보인다. 현대적인 취향으로 보면 더 아름답기까지 할 것이다. 중고품 가게야말로 전위적 취향의 신전이며 벼룩시장을 찾아가는 것은 미적 순례나 마찬가지이다. 사진작가들은 초현실주의자와 비슷한 예민한 감수성으로 다른 사람들이 추하다고 여긴 것, 흥미롭지도 않고 가치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 것(고물, 유치하거나 통속적인 오브제, 도시의 잡동사니 등)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123쪽)


사진은 대중적인 형태의 모더니즘 취향을 가장 성공적으로 전파해 주는 수단이다. (191쪽) 모더니즘은 전통적인 기반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나려는 창작 태도를 일컫는 것으로 카메라가 보급된 이후 사진과 회화는 라이벌 관계에 서게 되었다. 모든 나라들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수백만을 헤아리고, 매 휴가철이면 찍혀지는 컬러 사진은 수십억 장에 이를 것이다. 이 중에는 보통 수준의 풍경화만큼 아름답고 효과적인 사진도 있고 평범한 초상화만큼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억될 만한 운 좋은 사진도 있을 것이다. (서양미술사, E.H. 곰브리치, 예경, 482쪽) 화가가 전담해서 그림을 그리던 시절, 우리 집을 풍경화와 초상화로 꾸미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하지만 사진이 발명된 이래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사진을 찍어서 액자에 넣고 그것을 우리 집 벽에 걸어 둘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모든 피사체를 예술 작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순수 예술은 엘리트주의적으로서, 어느 개인이 창작한 단일한 작품의 형태를 띤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어떤 피사체는 중요하고 심오하고 고상하지만, 또 다른 피사체는 중요하지 않고 하찮고 무가치하다는 식으로 여러 제재 사이에 위계를 설정한다. 이와는 달리, 사진과 같은 미디어 예술은 민주적이다. 우연성이나 누구든지 터득할 수 있는 기계조작 기술에 기반하는 미디어 예술은 전문적인 생산자나 창작자의 역할을 약화시킨다. 미디어 예술은 세계 전체를 재료로 삼는다. 순수 예술은 특정한 경험이나 피사체에 의미가 있다고 가정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미디어 예술에는 별 내용이 없다. 미디어 예술은 빈정대고, 무표정하며, 풍자적인 어조를 띤다는 특징이 있다. (214쪽 ~ 215쪽)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