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아있다

iambob 2020. 7. 5. 21:10

△ <#살아있다> 포스터


감독   조일형
출연   유아인(준우 역), 박신혜(유빈 역)


STORY

갑자기 좀비떼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들.


OPINION


1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휴대전화를 집어 드는 거다. 별 의미 없이 SNS를 확인하고 뉴스 기사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휴대전화는 내 손을 떠나는 일이 별로 없다. 내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항상 손이 닿는 범위 안에 놓여있다. 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초연결 사회가 도래했다고 한다. 사람, 데이터, 사물을 경계 없이 연결한 사회를 지칭하는 말이라는데, 그런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가깝게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려면 데이터가 필수다. 데이터가 있어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늘 데이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데이터 가뭄에 단비를 내려주는 게 와이파이다. 휴대전화가 전화 걸고 문자를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을 갖게 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원 톱 핵심 기능인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비싼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2

편리하게 잘 쓰던 것을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됐는데, 그것을 대체할 수단마저 눈에 띄지 않는다면,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이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좀비 떼가 나타난다. 왜 좀비 떼가 출현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원인불명이라는 이유로 좀비 떼가 나타난 배경을 통으로 들어낸다. (영화 후반부에 그 시작은 알 수 없지만, 좀비가 확산한 이유가 나오긴 한다) 그래서인지 ‘준우’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야기는 매우 급하게 흘러간다. 아파트 주민들이 좀비가 돼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통신사에서 일하는 분들도 좀비가 된 건지 알 길이 없지만, 데이터, 와이파이, 전화마저 끊긴다. 그렇게 문명의 이기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을 거 같은 ‘준우’는 집 안에 고립된다. 초연결 시대에 외부와 단절됐을 때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3

어떻게 보면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속에 홀로 남겨질 경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처음 며칠간 혼란을 겪을 것이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들겠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갈 궁리를 한다. 점점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겠지만, 결국 극적으로 구조될 것이다. 이 영화 역시 홀로 생존을 다투는 다른 재난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플롯을 가지고 있다. 계획성 없이 여러 날을 버티던 ‘준우’가 체계적으로 대처를 잘하고 있던 ‘유빈’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결이 달라진다. ‘준우’와 ‘유빈’은 각자의 집에서 벗어나 아파트 단지의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유빈’의 활약상이 실로 놀랍다. 과거 암벽 좀 탔던 그녀는 거침없이 좀비를 때려잡는다. 암벽 등반할 때 장만해 놓은 장비로, 좀비 잡는 덫을 놓고 무기도 만들어 망설임 없이 좀비의 신체를 절단한다. 그렇게 영화는 재난 영화에서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4

성격이 다른 두 이야기를 이어 붙이려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처음 절반은 ‘준우’의 이야기로, 나머지 절반은 ‘준우’와 ‘유빈’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교차 편집도 아니고 딱 반반으로 나눴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준우’는 꽤 오랜 시간, 자신이 아파트 단지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유빈’이 자신의 존재를 알려 온다. ‘준우’와 ‘유빈’의 만남에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데는, ‘준우’가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반드시 넣고야 말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그래서 ‘준우’의 사정이 절박해 보이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며칠 굶은 거치고는 많이 건강해 보이고, 쓸데없는 짓도 종종 하고, ‘유빈’에 비해 많이 대책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왠지 <터널>과 <엑시트>를 반반 섞어 놓은 거 같았다. <#살아있다>는 생존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도 보이지 않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진행도 없었다. 그래서 내 별점은.


RATING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도  (0) 2020.07.19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0) 2020.07.12
아메리칸 사이코  (0) 2020.06.27
피아니스트  (0) 2020.05.25
패터슨  (0) 20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