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iambob 2020. 7. 12. 15:13

 

△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포스터

 


제목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감독    아녜스 바르다, JR
출연    아녜스 바르다, JR


STORY

바르다와 JR이 사람들 사진을 찍고 벽에 사진을 붙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야기.


OPINION


1

존댓말이 딱히 없는 언어권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물론 TV나 영화에서다.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예의를 차리지 않고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어른 공경을 귀가 닳도록 들으며 자랐던 나로서는 생경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나이는 가끔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 버릇없이 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할 것만 같다. 이 영화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할머니와 (청년이라고 해야 하나?) 젊은이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다. 이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할머니와 젊은이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영화가 나아갈 바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2

길을 걷다 낡고 오래된 집의 담장이나 벽에 그림을 그려놓은 걸 볼 때가 있다. 예뻐서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곳도 있는 거 같다. 바르다와 JR은 광산촌, 시골, 염소 농장, 공장, 컨테이너 부두 등을 찾아가 사람들의 만나고, 그들의 사진을 찍어 건물 벽에 붙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고 지나쳤을 건물, 컨테이너, 벽이 거대한 사진으로 채워지자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된다. 도시재생을 한답시고 쓸데없는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 눈먼 돈이라고 막 쓰는구나 싶다. 바르다와 JR의 프로젝트도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들은 거창한 걸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공감하고,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벽에 붙인다. 사람들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기꺼이 바르다와 JR의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마을 사람들은 바르다와 JR의 프로젝트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작업이 완성되면 죽어 있던 공간이 의미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보통 도시재생은 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영화에서처럼 마을 사람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쪽으로 진행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3

이 영화는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문제들을 들춰낸다. 예전에 TV에서 어떤 건축가가 지역, 마을, 골목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거 같다. 광산촌에서 나고 자랐다는 할머니는 곧 철거 예정인, 추억이 깃든 마을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개발은 냉정하다. 마을의 역사, 그곳에 터 잡은 사람들의 삶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 농장의 염소들은 뿔이 없다. 염소는 공격성이 강하므로 불필요한 싸움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뿔을 잘랐다고 농장주가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동물권을 쉽게 묵살한다. 부두 노동자는 남성이 대부분이다. 여성의 자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다. 바르다와 JR은 노동자들의 아내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전신사진을 찍은 뒤 컨테이너를 쌓고 그곳에 사진을 붙인다. 남자들만의 공간에 거대한 여성들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

영화 <패터슨>도 그랬고, 이 영화 또한 예술은 우리 가까이 있다고 말해주는 거 같다. 예술 작품은 전시관에 찾아가서 봐야 할 거 같은데, 바르다와 JR은 전시관을 우리 집 담벼락으로 옮겨놓는다. 담벼락 전시관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만드는 것 역시 예술의 여러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술 작품의 주인공이 된 당사자들은 각자 여러 가지 감정을 내비친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을 쌓는다.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는 예술은 어렵게 느껴졌던 예술을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거 같다.


RA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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