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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벨벳 골드마인> 리뷰

iambob 2020. 10. 21. 10:09

벨벳 골드마인(1998) / 토드 헤인즈 감독 /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브라이언 슬레이드 ), 이완 맥그리거(커트 와일드 ), 크리스찬 베일(아서 스튜어트 )


△ <벨벳 골드마인> 포스터


STORY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팬이었던 기자 아서 스튜어트가 그의 행적을 좇는 이야기


OPINION

1

가수는 노래로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인 거 같다. 가수가 노래만 잘 부르면, 그는 단지 테크닉이 뛰어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가수는 가창력뿐만 아니라 노래가 전달하려고 하는 바를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나는 가수의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수는 외모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남 외모 평가할 처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못났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내 마음속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그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버렸지만.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훌륭한 비주얼과 뛰어난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수이다. 브라이언의 스타성이 어느 날 갑자기 '' 하고 나타난 건 아니다. 성의 경계를 허문 짙은 화장과 패션은 잭 페리, 무대 퍼포먼스는 커트 와일드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잭 페리와 커트 와일드를 그냥 갖다 베낀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가수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2

그랬던 브라이언이 공연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언론은 앞다퉈 그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브라이언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모든 게 브라이언의 자작극이었다. 사람들을 브라이언의 어이없는 행동을 비난했고, 그는 커리어에 큰 타격을 받는다.

 

브라이언이 자작극을 벌이고 10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한때 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서 스튜어트는 뉴욕 헤럴드의 기자가 되었다. 어느 날 아서는 데스크로부터 브라이언에 대한 기사를 써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아서는 브라이언의 매니저, 그의 아내, 커트 와일드를 만나 브라이언의 행방을 묻고, 그들로부터 자신은 미처 몰랐던 브라이언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 듣게 된다.

 

3

솔직히 난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이 언제는 혼란스럽지 않은 적이 있었겠냐만, 영화를 통해 보이는 1970년대는 특히나 정신없는 거 같았고, 영화를 보는 나 또한 그랬다. 딱히 복잡할 것 없는 스토리라인인데, 이야기 전개가 어지럽고 무질서해 보였다.

 

UFO의 등장과 함께, 오스카 와일드가 태어나고 그에게서 시작된 푸른 보석이 잭을 거쳐 브라이언, 커트, 아서에게로 전달되는 설정은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글램 록의 탄생과 그 음악이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 1970년대의 시대상,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모티브가 되어준 데이비드 보위에 대해 좀 알아야 제대로 된 영화 감상이 가능할 거 같았다.

 

4

공부를 싫어하는 관계로, 재미로 본 영화인데, 공부까지 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일만도 아니다. 로봇이 고도로 발달해서 사람의 프로수발러가 되고, 사람은 점점 간단한 일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결국 바보가 되고 마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SF 장르의 단골 소재이다. 남이 떠먹여 주는 밥만 먹으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분명 훌륭한 영화인데, 내가 잘 몰라서 그 영화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면, 조금 수고롭더라도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본 뒤, 미처 몰랐던 부분을 채워가는 것 역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1970년대를 살아보지 못해서, 음악을 잘 몰라서 데이비드 보위가 누군지, 글램 록이 어떤 음악 장르인지 알아봐야 할 게 많지만, 나처럼 모르는 것투성이는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로,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온라인 탑골공원처럼 그 시대를 향수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다.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