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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리뷰

iambob 2020. 11. 9. 02:29

어바웃 타임(2013) / 리차드 커티스 감독 / 도널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출연


△ <어바웃 타임> 포스터


STORY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팀이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


OPINION

1

예전에는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 과거로 가서 내 과거 좀 바꾼 들 무슨 대수겠냐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생각만큼 그리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내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과거로 가서 내 과거를 바꾸면 내 현재뿐만 아니라, 바뀐 내 과거 때문에 영향을 받은 다른 사람의 현재가 바뀔 것이고, 마찬가지로 미래를 바꾸면 현재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꾼 과거나 미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가서 보고만 오는 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손을 대고 온다면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온갖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개중에는 수작도 있었고, 허술하기 그지없는 작품도 있었다. 시간여행을 그린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그에 따라 작품을 보는 눈도 덩달아 올라간 게 사실이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으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시간 역설을 미리 방지해 놓은 부분이 있다. (도널 글리슨) 집안 남자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21살이 되면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단 미래로는 갈 수 없고, 과거로만 이동할 수 있는데, 자신의 인생 안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장소와 시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 이 정도 설정만 해놓아도, 시간 여행이 불러올 골치 아픈 일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행히 팀은 자신의 능력을 세계 정복이나 억만장자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2

살다 보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팀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요긴하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 시험을 죽 쒔다면 과거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한 다음 다시 시험을 치면 된다. 사랑 고백을 했는데 거절당했다면, 과거로 돌아가 없던 일로 만들면 된다. 회사 면접을 봤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내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만족스럽게 면접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과거로 가면 된다.

 

아버지는 죽기 전 팀에게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고 말한다. 하루를 한 번 더 살아보면 고단했던 일상도 달리 보이고, 삶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팀은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하루를 두 번 산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그만둔다. 그 대신 오늘 하루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하루를 여러 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처럼 나태한 사람은 소중한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믿는 구석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정상 아닌가. 하지만 팀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보완하는 삶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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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여동생 남자 친구의 사촌 동생 샬롯(마고 로비)이 팀의 집으로 여름휴가를 보내러 온다. 팀은 샬럿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 팀은 용기 내어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하지만 샬롯은 왜 좀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며, 마지막 밤에 뭘 할 수 있겠냐고 아쉬워한다. 팀은 샬롯이 떠나기 한 달 전으로 돌아가 다시 고백한다. 이번에는 샬롯은 남은 휴가 동안 같이 지내보고 마지막 날 밤에 다시 물어봐 줄 수 있냐고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밝힌다. 팀은 결국 고백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든다. 팀이 아무리 선크림을 예술적으로 발라줄 수 있고, 테니스를 잘 쳐도 샬롯은 팀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살다 보면 아무리 기를 써도 안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은 별 노력 없이도 술술 잘 풀린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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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만 보면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일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런데 의외로 사랑보다는 시간과 삶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동안 봐온 시간 여행자는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팀은 그런 거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생의 반쪽을 찾는 데 쓰거나, 주변 사람을 돕는 일에 사용한다. 팀은 시간여행을 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다. 그런데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시간이 내 편인 것만 같아서 하루하루를 더 계획성 없이 보냈다. 그러나 팀은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비하지 않는다. <어바웃 타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한다.


RA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