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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없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청춘들...

iambob 2022. 8.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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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태양은 없다 (1999)
감독 : 김성수
출연 : 정우성(도철 역), 이정재(홍기 역), 한고은(미미 역)



내 멋대로 쓴 <태양은 없다> 리뷰

완성되지 못한 것은 불안정하다. 스마트폰만 봐도 그렇다. 딴은 완벽하게 만들었다지만 예기치 못한 오류는 늘 생겨나기 마련이라 지속해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보안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인생에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인생이 완성을 향해 가는 긴 여정이라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20대는 여러모로 불안정한 시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그런 말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 ‘이생망’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를 줄인 말로, 주로 젊은 층에서 사용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상황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말이나마 일찌감치 자포자기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내몰려 끊임없이 남과 비교당하며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서글픈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였다.

<태양은 없다>는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 홍기와 도철은 흥신소에서 일하고 있고 미미는 나레이터 모델이다. 지금 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홍기’는 터무니없는 미래를 꿈꾸며 한탕주의에 젖어 있다. ‘도철’은 한물간 권투 선수이고 그의 여자 친구 ‘미미’는 연예인을 꿈꾸지만, 번번이 오디션에서 낙방한다.

태양이 희망을 상징하는 말이라면 영화 제목대로 도철, 홍기, 미미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도철은 권투 선수 시절 뇌 손상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툭하면 코피를 쏟는다. 권투밖에 모르는 바보로 살았는데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으니 도철에게는 희망이 없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홍기는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경마장에 쏟아붓는다. 결국에는 사채까지 얻어 쓰다가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미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미역국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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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어른으로서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지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차갑고 냉정한 곳이라 사회 초년생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넘치는 의욕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는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청춘은 다시 딛고 일어설 힘이 있다. 나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청춘을 굳이 암울하게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20대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으니까.

그런데 <태양은 없다>는 100분 넘는 시간 동안 절망적인 청춘의 모습만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안 살아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홍기다. 그는 부모님까지 등쳐먹는 사기꾼이다. 그런데도 도철은 홍기를 감싼다. 스스로 호구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언제부터 친구였다고. 도철과 미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이라도 하는데 홍기는 그렇지 않다. 도박해서 돈을 따면 수십억에 달하는 건물을 사고 월세를 놓아 고정 수입을 만든 뒤 흥청망청 사는 게 홍기의 꿈이다.

<태양은 없다>는 청춘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나이 든 사람이 이 영화를 봤다면, 요즘 젊은 애들은 도통 고생을 안 하려 한다고 쓴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20대를 허황한 꿈을 좇으며 허례허식에 빠져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또래는 좀처럼 공감하기 힘들 거 같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방법이 다를 뿐, 청춘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방황하는 청춘을 여간하여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요즘 청춘들은 방황하는 시간도 아까워 늦은 시간까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반어적 제목을 사용했지만 결국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비록 영화를 통해 희망은 못 얻더라도 주인공들의 삶을 반면교사 삼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 정도는 불태울 수는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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